[한스경제 양지원] 밝고 활기차며 씩씩하고 예쁘다. 배우 박신혜가 그 동안 브라운관에서 보여준 대표적인 이미지다.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헤쳐 나가는 청춘을 연기해 왔다. ‘착한 캔디’ 이미지가 고착화 될 쯤 박신혜는 영화 ‘침묵’(2일 개봉)을 만났다. 어둡고 묵직한 메시지를 지닌 이 영화에서 박신혜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흙길’을 걷는 변호사 최희정을 연기했다. 피곤이 묻어나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임태산(최민식)의 딸 미라(이수경)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길고 긴 법정 공방을 이어간다. 브라운관 속 박신혜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박신혜는 이번 영화 출연 이유를 최민식과 정지우 감독으로 꼽았다. “최민식 선배와 함께하는 작업이 설레고 궁금했다”며 웃었다.

“최민식 선배의 연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죠. 그리고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희정 캐릭터는 선이 얇았어요. 상황이 변하면서 생기는 감정들을 연기할 때 어떨지 궁금했죠. 개인적으로는 정지우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력을 지금 경험해 본다면 다른 영화를 하더라도 더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했어요.”

극 중 최희정은 유나(이하늬) 살인사건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임태산의 오른팔 정승길(조한철)을 윽박지르며 궁지로 몰아세운다. 박신혜의 폭발적인 감정 연기가 극에 달한 장면 중 하나다.

“실제로 그런 장면을 연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죠. 감독님의 OK사인을 받고 울었어요. 어려운 신을 해냈다는 것도 있었고 감독님의 디테일한 감정을 제가 캐치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죠. 사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져 있을 때가 많았거든요. 희정 캐릭터 자체도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 채 휘말리게 되잖아요. 제가 잘 표현하고 있는지 의심되더라고요.”

박신혜는 ‘침묵’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최민식의 에너지와 내공을 지켜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고, 류준열의 장난기에 촬영장 분위기가 훈훈했다고 말했다. 또 ‘후배’ 이수경에 대해서는 “연기를 잘해 너무 놀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에 대해 늘어놓던 박신혜는 꼭 한 번 만나고 싶은 배우로 김혜수와 전도연을 꼽았다.

“(이)수경이한테 ‘차이나타운’ 때 김혜수 선배는 어땠냐고 물어봤어요. 정말 좋았다며 배울 점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또 ‘협녀’로 전도연 선배와 호흡한 김고은이 부럽기도 했어요. 이 두 선배와 연기를 꼭 해보고 싶거든요. 요즘 여자들 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많지 않기도 하고요.”

박신혜는 2003년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 아역으로 데뷔했다. 어느덧 15년 차 ‘중견’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한류를 대표하는 톱스타이기도 하다. 특유의 착하고 반듯한 이미지 역시 대중에게 호감으로 작용한다.

“착해 보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일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웃음) 많은 분들이 우리 부모님께 제 성격이 너무 좋아 보인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실 저 그렇게 착하진 않거든요. 부족한 점도 많은데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죠. 사실 제 목표가 ‘이웃을 생각하자’에요.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어딜 가나 선한 영향력을 끼치라고 말했거든요. 오드리 헵번 같은 배우가 되는 게 엄마의 바람이었어요.”

자신을 둘러싼 착한 이미지를 굳이 깨고 싶지는 않은 게 박신혜의 바람이다. 적정선을 지키며 살되 하고 싶은 것은 꼭 하자는 주의란다.

“굳이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서 살지는 않으려고 해요. 하고 싶은 건 하고, 제 나이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고 싶어요.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요. 한강도 자주 다니는데 어두워서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보기도 하더라고요. (웃음)”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박신혜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나길 바랐다. 자신의 삶과 전혀 다른 삶과 직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일단 신데렐라 캐릭터는 전혀 안 끌려요. 스스로 앞을 향해 걷는 인물에 대한 끌림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의사, 변호사, 기자 등 전문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웃음) 무엇보다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 작품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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