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채비’(9일 개봉)는 시한부 어머니 애순(고두심)이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 인규(김성균)를 두고 이별할 준비를 하는 내용을 그린 가족 영화다. 엄마와 아들이라는 보편적인 관계에 시한부 삶ㆍ장애라는 설정을 더했다. 고두심은 이 영화를 “밋밋하고 생활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채비’는 평범한 소시민 가족들의 삶과 맞닿아 있어 더 큰 감동과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에서 모자(母子) 호흡을 맞춘 고두심과 김성균의 모습 역시 실제 엄마와 아들로 믿을 만큼 사실적이다.

김성균은 ‘채비’의 출연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읽으며 “투자를 받기 위해 쓴 영화가 맞나 싶었다”고 했다. 그만큼 ‘채비’는 군더더기 없이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너무 뻔한 스토리와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전개로 느껴졌어요. 그런데 아내가 시나리오를 읽고 펑펑 울더라고요. 아내가 ‘감독님이 (감정을) 기교 없이 정공법으로 쌓는다. 여기에서 주는 울림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채비’는 진심이 통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죠.”

고두심은 영화에서 고단한 삶 속 강단 있는 엄마 애순으로 변신한다.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아들 인규를 24시간 돌본다. 평범한 아들을 둔 엄마가 아닌 만큼 좀 더 강한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랐다.

“지적 장애를 겪는 아들을 둔 엄마잖아요.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조금 더 깊숙한 내면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어요. 웃는 장면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정도로요. 얼굴은 뭐 거의 민낯으로 느껴질 만큼 잡티도 가리지 않았죠.”

그러면서 고두심은 “연기하는 건 김성균이 제일 힘들었을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고두심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를 보며 김성균과 꼭 한 번 호흡하고 싶었다고 했다.

“얼굴이 잘생기진 않았지만 어쩜 저렇게 연기를 잘하나 싶었죠(웃음). 또 ‘응답하라 1988’에서는 아버지 역할을 하더라고요. 그것도 어울렸어요. ‘저 내공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좋은 배우네’라고 생각했죠. 어떤 인연으로 만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함께 작품을 하고 싶었죠.”

김성균은‘말아톤’(2005년),‘맨발의 기봉이’(2006년) 속 지적 장애를 앓는 주인공들과 비슷해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주로 다큐멘터리를 통해 캐릭터를 연구했고, 자신의 어린 자녀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엄마와 클라리넷’ 같은 다큐멘터리 영상도 찾아봤죠. 영상 속 엄마와 장애가 있는 친구가 보내는 즐거운 일상을 많이 들여다 본 것 같아요. 반찬 투정을 하고 싫은 바지를 입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우리 여섯 살 아들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그 뒤로는 장애인을 어떻게 표현해야겠다 보다 우리 아이가 저를 괴롭히듯 엄마를 괴롭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두심은 ‘채비’를 통해 ‘그랑프리’(2010년)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최근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희생부활자’ 김해숙 등 중ㆍ장년을 앞세운 영화들이 개봉한 것에 대해 기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솔직히 그런 작품들이 나왔기 때문에 저도 이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본 뒤 (나)문희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역할 너무 잘 맞는다’고 말하기도 했죠. 아직 (김)해숙이 나온 작품은 못 봤어요.”

김성균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년), ‘이웃사람’(2012)에서 조직 폭력배 혹은 범죄자로 센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최근에는‘응답하라 1994’에서 귀여운 삼천포를 연기한 뒤 주로 소시민 캐릭터로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사실 무명 시절부터 악역이나 깡패를 많이 하긴 했어요. 한 때는 ‘악역 전문 배우’로 불리기도 했죠. 요즘 소시민이나 착한 역할을 하면서 드는 생각인데 결국 배우는 선택 받는 직업이라는 거죠. 제가 생각한 대로 가는 길이 아니더라고요.”

고두심과 김성균은 ‘채비’를 두고 “올드하지만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하는 세상 속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평이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감동은 꼭 남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시대가 너무 빨리 바뀌잖아요. 바쁜 세상 속 한 번 더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느껴볼 수 있는 영화에요. 가슴 속 깊이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죠.”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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