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액상화 현상/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이성봉]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에서 '액상화' 현상이 공식 확인된 가운데 관련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국내 액상화 현상은 근대화 이후 처음 발견됐다. 조선시대 기록 등에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된 바 있다. 특히 경주처럼 단단한 화강암보다 포항과 같은 퇴적암 암반에서 발생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액상화(Liquefaction) 현상은 지진의 진동으로 인해 지하수와 토양 모래층이 뒤섞이면서 토양이 진흙탕처럼 물렁물렁해지는 등 지반이 약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액상화 현상이 나타나면 건물 붕괴 등 지진 피해가 훨씬 심하게 발생하게 된다.

해외에서 비슷한 사례는 여러 차례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1964년 일본의 니가타(新潟) 시 지진을 들 수 있다. 당시 모래지반의 액상화현상으로 수많은 건물이 무너져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어 1995년 한신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액상화 현상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진 당시에도 진흙이 분출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당시 해안에서 가까운 지역에 쌓인 퇴적물이 액상화 현상을 일으켜 3000명의 사망자와 20만명 이상의 이재민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1976년 발생한 중국 탕산 대지진도 액상화 현상의 영향으로 피해를 키웠다. 약 24만명이 사망했다. 진흙, 자갈, 모래 등으로 이뤄진 탕산시 남쪽의 충적평야에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건축물이 휩쓸렸다.

한편, 행정안전부 활성단층조사단에 참여중인 손문 부산대학교 지질환경학과 교수팀은 19일 포항 진앙 주변 2㎞ 반경에서 흙탕물이 분출된 흔적 100여 곳을 발견했다. 진앙에서 1∼2㎞ 떨어진 한 논밭에는 바닥과 이랑이 맞닿은 곳에 난 틈새 주변으로 모래와 자갈 등 퇴적물이 올라와 있거나, 200여m 떨어진 부근의 다른 논밭 바닥에서는 수 미터 길이로 모래가 쌓여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액상화 현상을 공식 확인한 행정안전부 활성단층 조사단은 앞으로 지하 모래층을 정밀 분석해 액상화의 원인을 밝혀낼 계획이다.

이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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