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BMW는 X3를 SAV라 부른다. 비록 크고 무거운 차종일지라도 주행성능 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챙기겠다는 의미다.

2003년 처음 출시된 후 벌써 3세대가 나왔다. 지난 6월 글로벌에서 그 모습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3일 국내에도 공식 출시됐다.

신형 X3 xDrive30d M스포츠 패키지 모델을 직접 타봤다. BMW가 마련해준 시내에서 고속도로, 와인딩과 도하를 포함한 오프로드 구간까지다.

X3. BMW코리아 제공

첫 인상은 더욱 웅장해진 키드니 그릴 몫이다. D세그먼트라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을 만큼 X3를 거대하게 보이게 해준다.

3세대 X3는 실제로 2세대 보다 커지기도 했다. 전장을 4,716mm로 55mm 늘렸다. 전폭도 16mm 늘린 1,897mm. 대신 높이는 1,676mm로 2mm 낮췄다.

실내 공간도 더 넓어졌다. 휠베이스가 2,864mm로 54mm 더 길다. 직접 2열에 앉아보니 중형차 수준의 널찍한 레그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등받이는 최대 6도까지 눕힐 수 있다.

실내 인테리어는 BMW가 추구하는 럭셔리를 빠짐 없이 잘 녹여 넣었다. 5시리즈를 비롯한 상급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고급스러운 가죽 재질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X3는 도하 능력까지 갖춘 전천후 SAV다. BMW코리아 제공

시동 소리가 독특하다. 가솔린 모델에서 들었던 그것이다. BMW가 자랑하는 디젤 3리터 직렬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이 기분 좋게 달릴 준비를 갖춘다. 준중형 모델에 6기통 엔진을 장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주행 중에도 기분 좋은 배기음이 운전을 즐겁게 한다. M 시리즈의 그것에 비견할 만 하다. 크게 들리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느껴지는 강력한 소리가 M 스포트 패키지임을 증명한다.

여담 하나, 시승 중 고속도로에서 옆을 지나간 M5의 배기음을 X3가 낸 것으로 착각했었다. 물론 자세히 들으면 M5의 V8엔진에서 나오는 소리와는 크기나 질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X3도 분명 M의 피를 이어받은 모델인 만큼, 비슷한 점이 많다.

가속력은 기대했던 것보다도 강력하다. 63.3kg·m나 되는 토크로 2톤이 채 넘지 않는 차 무게를 움직이니 거칠 것이 없다. 속도를 100km/h로 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8초. 그 이상으로 달려도 좀처럼 힘든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온로드에서 X3는 고성능 세단 못지않은 날렵함을 보여준다. BMW코리아 제공

더욱 놀랐던 점은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중에도 변속시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엑스트로닉 7단 변속기는 CVT를 방불케할 정도로 부드럽고 민첩하게 반응했다.

똑똑한 변속 능력은 연비에도 긍정적이다. X3 30d의 복합 연비는 동급 대비 낮은 편인 11.3km/ℓ다. 대신 실 연비는 7~8km/ℓ 정도로 측정됐는데, 성능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은 X3가 SUV가 아닌 SAV일 수 있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BMW는 시승 행사에 거친 자갈밭과 모래밭, 냇가를 건너는 코스를 마련했다.

지형을 읽고 안전한 상태를 유지해주는 4륜구동 기능인 xDrive 능력은 명불허전. 여기에 X3는 가볍고 강력한 차체를 이용해 거친 길에서도 역동적이면서 안정적으로 움직여줬다.

돌이 가득 깔린 시내를 건너면서도 X3는 미끄러짐이 없었다. xDrive의 능력에 30cm 높이 물까지는 충분히 건널 수 있게 만들어졌다. 함부러 미끄러지지 않도록 필요에 따라 각 바퀴에 토크를 배분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승해본 30d M스포트패키지는 8,360만원이다. 동급 모델 중에는 사실상 최고가다.

차선 유지 시스템이나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이 없는 점도 아쉽다. 국내 출시 X3에서는 차선 이탈 경보와 긴급 제동 시스템만 기본 장착된다.  

하지만 비싼 값은 한다. 고성능 세단 못지 않은 주행 성능과 준중형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움, 널찍한 실내 공간을 감안하면 지나친 가격은 아니다.

약간의 주행성능을 포기하면 가격 경쟁력도 높다. xDrive20d는 6,000만원대에 판매된다. 4기통 2리터 엔진이 들어가는 것을 빼면 거의 모든 사양이 같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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