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연금저축상품의 세액공제 축소 움직임이 1년 만에 재개되면서 금융권의 우려가 다시 들끓고 있다. 고령화시대 노후대책이 부족하다는 질타 속에서 연금저축상품의 세제혜택마저 줄여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거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지난 15일부터 조세소위를 가동하고 종교인 과세 등 소득세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금저축상품의 세액공제 한도를 축소하는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박주현 의원(국민의당)은 지난 10월 연금저축 상품의 세액공제가 고소득층에게 쏠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연금저축계좌의 세액공제 한도를 현행 4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낮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퇴직연금과 합산할 경우 세액공제 한도인 700만원은 500만원으로 내리도록 했다.

현행법은 연금저축 계좌 납입액의 12%를 연간 400만원 한도에서 세액공제 해준다. 종합소득 4,000만원 이하 개인사업자 또는 근로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에 대해서는 16.5%까지다. 종합소득 1억원 초과 또는 근로소득 1억2,000만원 초과인 자에 대해서는 300만원 한도로, 퇴직연금계좌를 합산할 경우에는 소득에 관계없이 700만원까지 세제혜택을 준다.

박 의원은 세액공제 혜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조세형평성을 지적했다. 연 소득 3,000만원 이하의 저소득자는 2.0%만, 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 중에서는 65.7%가 연금저축 상품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통계를 내놨다. 박 의원은 “소득역진적인 조세감면 제도를 축소함으로써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취지를 밝혔다.

금융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신협중앙회 등 금융 5개 단체가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금융권은 ‘통계 착시’를 주장했다. 연금저축 상품은 장기 납입 후 연금을 돌려받는 상품으로 자연스럽게 중장년 고소득층이 혜택을 누린다는 설명이다.

연금저축 상품의 실수령액도 노년층의 한달 생활비에는 역부족이다. 1인당 연금 수령액이 월평균 26만원에 그쳐 1인 기준 최소 노후생활비 104만원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대표적인 연금상품의 혜택을 줄이는 방안이 부적절하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연금저축 상품 가입률과 세제혜택이 국제 평균에 비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더 축소하라는 요구가 어불성설이라는 볼멘소리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지원 비율은 15.7%에 그친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4개국 중 23위에 그친다. 독일은 36.2%, 호주는 28.5%다. 100만원을 연금으로 넣으면 돌려받는 금액이 15만7,000원에 그친다.

연금저축 상품 가입자도 2015년을 기준으로 30% 수준이다.

여기에 과세 확대로 얻는 이익 대비 연금 축소의 사회적 비용과 보험사의 손실이 훨씬 크다는 주장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른 효과가 수백억원에 그치는 반면 향후 연금 축소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보험사의 손실은 몇배”라며 “국제적으로 연금 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흐름에 역행하는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연금저축 상품 소득세법 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매듭을 짓지 못하고 이번 20대 국회에서 재차 발의된 바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 15일부터 조세소위원회를 열어 세법 관련 법안 심사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연금저축 세액공제 관련 법안은 세 차례 논의됐다. 조세소위는 오는 29일까지 진행된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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