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증가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풍선효과도 끝물에 접어든 가운데 카드론과 보험 대출에 수요가 몰리는 중이다. 2금융권, 기타금융기관마저 대출 규제로 한계에 부딪히면 다음 풍선효과 타자는 대부업이 되리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3/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9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419조1,000억원으로, 3분기 동안 31조2,000억원(전분기 대비 2.2%) 증가했다. 이 같은 가계신용 잔액은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5년사이 최대치다.

분기별로 살펴봐도 3분기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 들어 분기당 증가세가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3분기 가계신용 증가액은 1분기(16조6,000억원), 2분기(28조8,000억원) 보다 많다. 전분기 대비 증가율도 올해 가장 높은 2.2%다.

가계 신용은 은행을 포함해 카드, 보험, 저축은행, 대부업 등 각종 금융기관의 대출과 카드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으로 가계부채의 질과 양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한때 1금융권 옥죄기 ‘풍선효과’를 누렸던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은 꺾였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9월 말 기준 20조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 대비 19.8% 늘어난 것이지만 2015년 3분기 증가폭(33.7%)과 2016년 증가폭(35.4%)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지난 10월부터 은행권과 상호금융에 적용됐던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적용 받으면서 신규 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까지만 해도 저축은행 대출금의 증가폭이 두드러져 대출금이 3조8,000억원 늘어난 바 있다. 덕분에 2분기 자산규모는 55조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쳐 2조7,000억원 확대됐었다.

이밖에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도 줄었다.

풍선효과는 기타금융기관으로 넘어갔다. 카드론, 보험약관대출, 연금기금 등 기타금융기관이 취급하는 대출 상품의 잔액은 같은 기간 8조9,000억원 늘었다.

비씨카드를 제외한 전업계 7개 카드사의 3분기 카드론 이용액은 9조3,578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6,290억원 늘었다. 잠시 하락세로 주춤했던 카드론이 다시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납입한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약관대출도 오름세다. 지난 8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보험 약관대출은 43조776억9,7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41조3,507억300만원보다 4.17% 늘었다.

기타금융기관도 한계에 다다르면 대부업으로 풍선효과가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대부업의 대출 잔액은 이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말 집계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상위 20개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8조8,147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3,367억원보다 4780억원(5.7%)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수치를 뜯어보면 한계차주, 다중채무자로 이자에 상관없이 돈을 빌려야 하는 차주들이 상당수”라며 “경기경색이 완화되지 않는 가운데 가계대출 총량 규제만 이어간다면 제도권 밖의 가계대출 잔액이 늘어날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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