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ㆍ2심 기준 '협의·합의' 쟁점 달라…제주항공 “지역항공사 회귀 불가능”

[한스경제 최형호] 제주항공이 제주도와 운임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이 제주도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향후 제주지역 지자체와 사업장의 온도차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현재 제주항공은 제주도와의 운임 인상방안과 관련한 항소심에서 패소해 운임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두차례 걸친 법정다툼에서 재판부의 판결도 쟁점의 차이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모습이다. 협의냐 합의냐의 차이, 즉 ‘경영자율성 보장’을 주장하는 제주항공 측과 ‘공익적 목적 실현’이 우선이라는 제주도 측의 주장을 두고 1ㆍ2심 재판부는 각각 법리 해석을 달리 했다. 결국 실타래는 향후 열리는 상고심에서 풀릴 수 있을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제주도와 운임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이 제주도청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집안의 법리다툼은 9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2월 제주항공은 규정에 따라 사전에 제주도에 제주와 김포·청주·부산·대구를 잇는 4개 노선에 대한 항공 운임을 최고 11.1% 인상하는 협의안을 제출했다.

제주도는 사드 사태에 따른 관광업계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보류했지만 제주항공은 항공운임 인상을 밀어붙였다. 

이에 제주도는 제주항공이 요금 변경이 불가피할 경우 '제주도와 사전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12년 전 맺은 협약을 근거로 지난 3월22일 제주지법에 제주항공의 항공운임 인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제주항공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전에 서로간의 의견을 내는 협의는 이뤄졌으며 제주항공의 운임인상과 관련한 제주도의 개입은 헌법이 보장한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시장경제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1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2심에서 판결은 뒤집어졌다.

광주고법은 “제주항공의 운임 인상으로 인해 제주도가 실현하려는 공익적인 목적 뿐만 아니라 항공편을 이용하는 도민과 관광객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된다”고 판시하며 제주도 편에 섰다.

이에 제주항공은 2심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항공 측은 2심 판결과 관련해 경쟁 체제인 항공 시장질서의 논리를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2대 주주지만 겨우 7% 지분을 보유한 제주도 편에서서 운임인상 제동을 건 것은 나머지 93% 주주들의 손해를 보게 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독립된 기업체인 제주항공의 경영상 가장 중요한 부분인 운임 수준 결정에 관해 제주도가 경영진의 의사결정 보다 제주도의 의견이 우선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율성,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기본이념으로 하는 주식회사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도 측은 12년 전 작성한 협약서대로 이행하지 않는 제주항공의 행보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지난 2005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과점 체제에서 항공 운임 인상의 횡포를 막고자 자본금의 25%인 50억원을 출자해 제주항공 설립을 도왔다.

따라서 제주도는 제주항공이 요금을 변경하려면 도의 협의를 거쳐야한다는 주장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대형항공사의 과점으로 인한 요금 일방적인 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 당시 도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독자적인 항공사로 출범했다”며 “협약 내용도  대형항공사의 70%수준의 요금을 받는 저렴한 항공사를 만든다는 게 주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제주항공이 요금인상을 일방적으로 올리는 것은 당초 설립취지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주항공은 도의 ‘설립취지 위배’ 해석에 따르게 되면 지분율과 관계없이 결국 제주도가 제주항공의 항공운임 변경을 금지할 수 있는 것밖에 안 되는 것인데,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제주항공 측은 “설립 당시 제주도의 50억 출자 등 행정 지원은 제주항공이 정기항공사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도는 제주항공을 위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제주항공 설립을 위한 제주도의 역할과 책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와서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은혜를 모른다는 제주도의 주장은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제주항공은 매 분기 실적을 공시를 통해 높은 실적에 따른 배당을 진행해 제주도에 지속적인 보상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내에서 제주감귤주스 등 특산물 판매, 명예도민, 재외도민 등에도 제주도민에 준하는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정작 도는 제주항공 설립 당시 초기 투자 외에 어떤 투자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 사측이 2011년 이후 만성 적자를 겪을 때 유상증자 참여를 요청했는데도 외면했다”며 “정상화가 되고 나서 협약서 내용을 잘 지켜야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과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이제 와서 제주도가 운임 요금 인상에 제재를 가하고 제주도민만을 위한 지역항공사로서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항공사로서 도약할 수 있는 제주항공의 성장을 막는 것밖에 안 된다는 것이 제주항공 측 설명이다.

게다가 제주항공은 국내 시장 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해외로 진출할 만큼 성장한 제주항공을 계속 품으려 하는 것은 제주도와의 협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지역항공사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업계도 항공 산업이 비록 공공재 성격이 강하지만 엄밀히 말해 민간의 경쟁에 의해 운영되는 만큼 운임 인상도 시장경쟁원칙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운임요금은 시장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해당 항공사에 결정이 우선”이라며 “운임요금 인상에 대한 적절성 여부의 판단은 제주도가 아닌 소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2심 판결 결과가 나온 이후, 연내 대한상사중재원에 제주도와 소송과 관련한 중재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다. 이후 결과에 따라 제주항공은 대법원에 이의신청 및 재항고할 예정이다. 현재 제주항공은 2심 이후 요금을 원래대로 되돌린 상태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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