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SK가 엔카 직영·닷컴을 완전히 팔아넘기면서 중고차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대기업 규제로 사업 확대가 불가능해진 상황에 중고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다가, 시장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주식회사는 지난 17일 중고차사업부에 있는 SK엔카직영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회사가 노동조합과 교섭을 끝내면 본격적으로 매각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20일에는 보유하고 있던 SK엔카닷컴 주식 50.01%까지 전량 호주 카세일홀딩스에 넘겼다. 중고차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SK엔카직영은 전국에 26개 매장에서 직접 인증한 중고차를 판매한다. 사진은 SK엔카직영 전주점. SK엔카직영 제공

SK는 중고차 사업 매각으로 약 4,0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엔카 닷컴은 2,050억원에 매각됐으며, SK엔카직영도 이 정도 금액에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SK의 중고차 사업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SK엔카 직영은 작년 6만8,000대를 판매한 업계1위 업체다. SK엔카닷컴은 작년 당기 순이익이 1,307억여원에 달하는 알짜 기업이다.

매각에 대한 SK의 공식 입장은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 때문이다. 비주류 계열사를 정리하고 다른 사업에 힘을 더 싣겠다는 것이다.

이는 SK가 최근 쏘카와 풀러스 등 자동차 공유 업계 투자를 강화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업계에 따르면 SK는 공유업체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

아울러 2013년 중고차 판매 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것이 매각을 결정하게 된 주 원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높다. SK엔카직영이 점유율 3% 이상을 넘길 수 없게 되면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국내 수입차 업체는 대부분 인증중고차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SK엔카닷컴에서도 인증중고차 매물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당초 SK는 중고차 사업을 다른 계열사로 매각하려 했었지만, 여전히 규제를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시장 경쟁이 심화한 것도 사업을 포기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최근 중고차 시장은 개인사업자뿐 아니라 스타트업, 중고사업자, 완성차사와 금융사들까지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들도 지역 중고차 매매단지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가 세운 장안평 자동차산업 종합정보센터(JAC)가 대표적이다.

중고차 시장 전망이 밝은 편도 아니다. 배터리 수명 때문에 중고 거래가 어려운 전기차 비중이 늘어나는 데다가, 공유차량 문화가 확대하면서 차량 구매 소비자도 줄어들 수 있어서다.

지난 10월 장안평에 들어선 자동차산업 종합정보센터. 장안평 매매단지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진입 장벽이 낮아서 중고차 시장에 뛰어드는 사업자가 늘었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며 "대기업이 굳이 중고차 사업을 안고 갈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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