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영 금융투자협회 K-OTC부장

“지금은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인 우버는 자동차를 한 대도 안가지고 있고, 가장 큰 미디어회사인 페이스북은 아무런 콘텐츠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가장 큰 소매업체 알리바바는 재고가 하나도 없고, 가장 큰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이 하나도 없다.”

세계 최대 미디어회사중 하나인 하바스미디어의 톰 굿윈 부사장의 말이다. 바야흐로 클라우드 네트워크가 비즈니스의 중심인 시대로 돌입했다. 똑똑한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제공자와 소비자가 만나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효율적인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시대다.

장외주식(비상장주식)의 거래도 마찬가지다. 최대 자본시장을 가진 미국에서는 더 이상 장외주식을 개인 네트워크에 의존해 거래하지 않는다. 대신 장외주식의 대부분은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다.

장외주식시장(OTC Markets)이라는 일반투자자가 거래 가능한 시장부터 쉐어즈포스트나 세컨드마켓 같은 전문가시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플랫폼의 활성화에 힘입어 미국의 장외주식 거래규모는 상장주식거래의 1%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의 0.01%수준과 대조적이다.

장외주식거래의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제외하고도 자금을 회수할 시장이 많아지면 위험해 보이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도 훨씬 상승한다. 또한 벤처캐피탈(VC)나 사모투자회사(PE)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한 투자자(LP)들도 플랫폼을 통해 거래상황을 관찰할 수 있어 깜깜이 투자라는 비판해소가 가능하다.

한편 우리나라는 비상장주식 회수시장으로 금융투자협회가 K-OTC 시장을 운영해 왔지만 거래대상기업의 수(118개)가 부족하고, 일반투자자 위주로 하루 10억원 내외로만 거래되는 등 갈 길이 멀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협회와 함께 기관과 전문투자자가 쉽게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전문가시장을 개설하기로 했다. 장외전문가시장은 기존 K-OTC 시장과 달리 거래대상 기업에 제한이 없고, 블록딜 등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며, 일정 자격요건을 충족한 전문가들만 참여가능하다.

장외전문가시장이 개설되면 기관투자자들의 세컨더리 거래가 활성화되고 이를 통한 신규 모험자본의 공급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벤처기업의 입장에서는 전문가시장을 통해 기관, 전문, 엔젤투자자 등에 대한 접근성이 제고되어 보다 손쉽게 자금조달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최고의 IT인프라와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실리콘밸리 등에 혁신이 뒤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클라우드 시대에 가장 적합한 인프라인 K-OTC의 전문가플랫폼에 금융투자회사, 기관투자자, 비상장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회수시장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면 국내에도 우버, 에어비앤비, 스페이스엑스 등과 같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 달러 이상인 비상장기업)이 출현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글/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K-OTC부장

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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