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내년 1월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 ratio) 규제를 강화한 신(新) DTI가 수도권과 투기지역 등에서 우선 시행되면서 소비자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신 DTI의 새로운 계산식은 다주택자와 무주택자의 대출 가능 금액을 늘리거나 줄일 전망이어서 대출한도에 예민한 반응이다. 결론적으로 무주택 서민들은 대출한도가 늘어나 환영하는 분위기인 반면 다주택자나 노후 대비 목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뛰어든 은퇴자들은 울상이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사진=연합뉴스

신 DTI는 모든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기타대출의 이자를 합쳐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연간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인식하는 만큼 대출 가능 금액은 줄어든다.

■ 대출한도 늘어난다

서민·실수요자 보호 대책에 청년층, 신혼부부 등은 장래소득 증가가 인정되면 일반 대출신청자보다 대출액 한도가 늘어난다. 최근 2년간 증빙소득 확인 의무도 완화해 1년치 증빙소득만 제출해도 장래 예상소득 증가분이 반영된다.

금융당국은 금리 3.24%에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인 주택담보대출의 대출가능금액이 신 DTI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예시를 통해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 외에 다른 대출은 없다고 가정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직장인 A(30)씨의 증빙소득은 지난해 3,500만원, 올해 4,000만원이다. 내년에 조정대상지역 아파트를 사면서 만기 20년으로 대출을 받으려 한다. 현재 A씨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최대 2억9,400만원으로 3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신 DTI를 적용하면 A씨의 대출 한도는 크게 는다. 장래 예상소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A씨의 가장 최근 소득은 4,000만원이지만 은행에서는 A씨의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1.31을 곱한다. 이 비율은 은행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렇게 추정된 장래예상소득은 5,239만원이다. 장래예상소득 증가분만 반영된 A씨의 대출 한도는 3억8,500만원으로 9,100만원(31.0%) 증가한다. A씨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무주택자이기 때문에 신 DTI에 따른 대출가능금액 감소 영향이 없다.

■ 대출한도 줄어든다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원리금 상환액으로 잡는다는 것이 신 DTI의 핵심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대출가능금액은 줄어든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신 DTI는 기존 DTI와 다르게 돈을 빌리는 사람의 장래소득 변화, 소득의 안정성, 자산의 장래 소득창출 가능성 등을 반영한다. 때문에 성과급 비중이 높은 급여소득자나 은퇴를 앞둔 50대 이상 중년층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단순한 거주 목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투자자산이 된 부동산임대업에 대해 정부가 돈줄을 죄면서 은퇴를 앞둔 50∼60대의 월세 받는 부동산투자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동안 이들은 노후대책으로 돈을 빌려 매달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오피스텔, 원룸, 상가 등에 투자를 늘려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521조원 중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27%인 140조4,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7억3,500만원, 연소득은 5,700만원으로, 소득대비 대출비율(LTI)은 12.9배에 달했다. 전체 자영업자의 LTI는 7.5배 수준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임대업은 그동안 가계부채를 폭등시킨 주범으로 꼽혀왔다”며 “다주택자가 수익형 부동산을 하지 못하도록 하도록 돈줄을 제대로 죄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다주택자들만 속 탈 뿐 일시적 2주택자나 무주택자에게는 어느 정도 길을 열어줬다”며 “빚을 안지거나 조금 지고 집을 산다는 인식이 확산될 듯하다”고 평가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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