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형·녹색·생산적·포용적' 뭐가 다르나?…금융이 아프다
'관계형·녹색·생산적·포용적' 뭐가 다르나?…금융이 아프다
  • 김서연 기자
  • 승인 2017.11.28 08:42
  • 수정 2017-11-28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스경제 김서연] #. 국민은행은 대출 연체자에 대한 무분별한 독촉을 줄이기 위해 ‘연체 정상화 예측모형’을 개발했다. 이 모형은 대출이 연체될 경우 고객의 금융거래 이력과 상환능력, 대출상품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후 향후 정상화 가능성을 예측한다. 국민은행은 연체발생 여신의 약 70%인 5일 이내 상환이 가능한 우량 고객은 추심을 유예하고 3% 수준인 악성 채무자만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 농협금융은 2018년도 경영계획 및 조직개편안에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소·중견기업 대상 블라인드 펀드(2,000억원 규모) 설립, 창업·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협의회 신설 등 기업금융을 활성화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 은행들이 문재인 정부의 금융 원칙인 생산적·포용적 금융에 발을 맞추고 있다. 문 정부 출범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금리장사에만 치중하지 말고 기업금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취지에서 생산적 금융을, 채권자 중심 사고에서 채무자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하고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라는 취지에서 포용적 금융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수익성을 내야하는 은행들에게 공공재 역할만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행들이 ‘포용적 금융’을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넣었다. 국민은행의 ‘연체 정상화 예측모형’도 포용적 금융의 일환이다. 차별화된 연체관리로 독촉 전화를 줄이고, 포용적 여신문화를 만든다는 취지다. 이 모형을 통해 고객별 맞춤 관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무분별한 연체독촉 활동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은행의 사회적 역할 등 포용적 금융이 강조되자 아예 이 분야를 따로 떼어 혁신안을 만든 곳도 있다.

우리은행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끝장 토론’에서 은행의 사회적 역할(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혁신안을 마련했다. 스타트업과 우수 기술 보유 중소기업에 대한 투·융자 복합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별도의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서민금융 이용자의 연체이자 감면 또는 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문 정권 들어서자마자 은행들은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소각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포용적·생산적 금융에 발을 맞춰왔다”며 “은행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이슈가 부각됨에 따라 당분간 은행들은 수익성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가중치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른바 ‘눈치보기’를 했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소액 장기연체 채무를 과감히 정리하고 소멸시효가 완성되거나 임박한 채권은 시효 경과 사실을 고지해 상환을 종용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금융정책 핵심 공약들에 맞춰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특수채권을 전량 소각하면서 문 정부의 서민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려고 애써왔다. 문 정부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인 만큼 신입행원 채용도 크게 늘렸다.

하지만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앞서 은행들은 또 한 번 문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생산적·포용적 금융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찾는 쪽으로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저소득층 등 사회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은행들의 실행정책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기관이라는 이유로, 외환위기에 혈세가 투입됐다는 이유로 금융 본연의 생태를 무시한 정부의 정책과 인식이 과거 창조경제, 녹색금융, 관계형금융 등 다른 바 없다는 지적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이나 포용적 금융이나 실체가 없는데 어떻게 은행별로 다른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년마다 바뀌는 금융기조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세워야 할 경영계획이 당장 ‘보여주기식’으로 변질된지 오래”라며 “전 정권의 창조경제 역시 그랬지 않냐”고 반문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