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잡는다'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반드시 잡는다’(29일 개봉)는 두 노인을 내세운 스릴러물이다. 노인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전개가 늘어지거나 지루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영화는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끈질긴 추격전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반드시 잡는다’의 배경은 전라도의 아리동이라는 가상공간이다. 70대 노인 심덕수는 허름한 원룸 빌라의 주인인데, 말이 ‘건물주’일뿐 하류 인생에 가깝다. 월세를 몇 달치 못 내는 사람들이 허다해 수입도 변변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30년 전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과 똑같은 방식으로 노인들이 하나 둘 죽기 시작한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죽어도 누가 찾지 않을 사람들, 연로한 노인이라는 점이다. 30년 전에도 살인마는 노인들을 상대로 살인을 연습한 뒤 20대 젊은 여자들을 차례로 죽였다. 심덕수는 지난 밤 자신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인 최씨(손종학) 역시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해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이 사건은 별다른 조사도 없이 자살로 종결되고, 동네 주민들은 심덕수에게 “지독한 노인네가 월세 내놓으라고 독촉을 해서 생사람이 죽었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심덕수가 주민들에게 외면과 비난을 받으며 고독한 노년을 보내고 있을 무렵 갑자기 60대 초반의 노인 박평달이 찾아온다. 최씨의 형사 동료였던 박평달은 “최씨가 자살할 리 없다”며 같이 진범을 찾자고 제안한다. 그 때 마침 갑자기 방을 빼겠다고 선언한 205호 세입자 김지은(김혜인)이 실종된다. 지은은 20대 젊은 여공으로 매달 엄마에게 생활비를 부치며, 매일매일 빠듯하게 살지만 좀처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청춘을 살고 있다. 심덕수는 그런 지은을 누구보다 구하고 싶어 한다. 이제 두 노인의 끈질긴 추격전이 시작되는 때다.

일반적인 스릴러물답게 영화는 쫓고 쫓는 재미에 충실하다. 특히 그 주역이 노인이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지켜줘야 하는 연약한 존재로 쓰이곤 했다. 하지만 ‘반드시 잡는다’ 속 두 노장의 혈기와 패기는 넘친다. 박평달은 동네 ‘양아치’ 패거리를 원펀치로 제압한다. 심덕수 역시 체력은 달리지만 끈기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참 지독한 두 노장이다.

영화 ‘공모자들’(2012년), ‘기술자들’(2014년)로 사건 발생부터 해결까지 끝까지 밀어붙인 김홍선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남다른 추진력을 보여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역시 팽팽하게 유지한다.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캐릭터 나정혁(천호진), 민사장(배종옥)을 장면 곳곳에 배치하며 추리하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액션을 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젊은 배우들만큼 빠른 액션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백윤식과 성동일이 몸을 날려 악인과 싸우지만 ‘느림의 미학’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는 않다. 연륜에서 오는 깊이와 실감 나는 몸싸움이 일품이다. 특히 폭우 속 공사장에서 진범과 혈투를 벌이는 백윤식과 성동일의 액션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또 피해 여성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과하고 적나라한 카메라 앵글을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 영화계가 ‘여혐’ 문제로 뜨거운 만큼 논란을 피해가려는 김 감독이 영리함이 돋보인다. 여기에 오랫동안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는 노인 혐오, 독거노인, 삼포세대 등을 짚어내며 현실성을 부각한다. 러닝타임 110분. 15세 관람가.

사진='반드시 잡는다' 스틸·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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