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내년 3월까지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 14인의 임기가 연달아 만료되면서 수장들의 연임과 교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보험업계가 규제 ‘가시밭’을 지나는 중인 만큼 CEO들의 인선도 실적 중심의 평가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올 한해 호실적을 올렸던 손해보험업계는 연임에, 다소 저조한 성적표를 남긴 생명보험업계에서는 교체에 가닥을 잡고 있다.

보험업계가 올 한해 실적에 따라 수장 연임과 교체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손보업계 대표들의 연임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좌측 상단부터)양종희 KB손보 사장과 김현수 롯데손보 사장, 김정남 DB손보 사장, 박윤식 한화손보 사장과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사진=각 사 제공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대표 14인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손보업계 수장들은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3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꺾이긴 했지만 한 해 장사를 ‘잘 했다’는 자평이 나온다. 손보 상위 5개사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5,4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1조9,722억원에 비해 29.2% 상승했다.

이윤배 NH농협손해보험 사장(1월),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김현수 롯데손해보험 사장·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3월) 등 6인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양종희 KB손보 사장과 김현수 롯데손보 사장, 김정남 DB손보 사장 등은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양종희 사장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이 KB금융에 흡수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였다는 평이다. 최근 차기 국민은행장 물망에 올랐지만 보험에 집중하겠다는 뜻에서 행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수 사장은 롯데손보가 올해 내 흑자전환을 기록하면서 연임에 파란 불이 켜졌다. 김정남 사장은 김준기 동부그룹 사장이 퇴임하면서 연임으로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박윤식 한화손보 사장과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도 재임 중 실적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다만 이윤배 사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온 NH농협손보는 통상 2년의 임기 뒤 새로운 인사를 선임하는 농협 조직의 내부 기준에 비춰 새로운 CEO를 선임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 24일 치러진 2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27일 농협은행·농협생명·농협캐피탈·농협손해보험 등 4개 계열사 CEO의 후보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다음 달로 미뤄졌다.

생보업계에서는 새로운 얼굴이 여럿 등장할 예정이다. ‘빅3’를 제외한 보험사들은 실적 개선은 커녕 지급여력(RBC)비율 맞추기에도 고전했다. 때문에 임기가 끝난 대표들은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과 신용길 KB생명 사장(12월)이 올해, 내년 상반기 오익환 DGB생명 사장(1월), 안양수 KDB생명 사장·권오훈 하나생명 사장·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부사장·하만덕 PCA생명 부회장·구한서 동양생명 사장(3월)의 임기가 끝난다.

KDB생명과 DGB생명은 자구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오익환 사장과 안양수 사장의 연임이 깜깜한 상황이다. 구조조정에도 건전성 지표가 긍정적으로 돌아서지 못했고, KDB생명은 매각 시장에서도 실패했다.

권오훈 하나생명 사장은 재임 기간 무난한 성적표를 보였지만 퇴임 시기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연임 기상도가 뚜렷하지 않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임기 중 불거진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의 이미지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연임이 위태롭다.

신용길 KB생명 사장은 올해 실적과 조직 효율화 면에서 긍정적인 평을 얻었지만 연임은 불투명하다. 이미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2+1’(2년 임기+1년 연임)을 채운 상태인 데다 1952년생으로 고령인 만큼 인사교체 바람에 휩쓸릴 수 있다.

한편 한화생명은 차남규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연임이 확정됐다. 차 부회장은 보험업계의 숙원인 자본확충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과감한 결정을 하면서 한화생명의 RBC를 대폭 끌어올렸다. 건전성 회복의 공을 인정 받아 사장 임기를 불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대내외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분석이다.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은 올해 초 1년의 임기만 부여 받은 상황으로 눈에 띄는 실적은 없었지만 연임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도 1년을 연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PCA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내년 3월 공동 대표이사를 선출할 방침이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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