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포스터/사진=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한국스포츠경제 이성봉] 폭설로 열차가 멈춰선 밤, 승객 한 명이 잔인하게 살해된다. 사건을 의뢰받은 세계적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던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서 탑승한다. 기차 안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13명의 용의자 등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진다. 포와로는 현장 단서와 증언을 토대로 추리를 시작한다.

영국 '추리 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오늘(29일) 개봉했다. 이 작품은 1974년과 2001년에도 영화화된 바 있다. 그중 1974년 작품은 3,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을 거뒀다. 2017년 신작은 무엇이 다를까.

/사진=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1974년作

대중적으로 가장 알려진 1974년 작품은 법정드라마와 범죄스릴러 장르에서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 시드니 루멧(1924년~2011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대표작으로는 ‘12인의 성난 사람들’, ‘네트워크’, ‘허공에의 질주’ 등이 있다.

당시 영화는 개봉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바로 초호화 캐스팅 때문이다. 007 제임스 본드의 ‘숀 코네리’, ‘앨버트 피니’, ‘잉그리드 버그만’, ‘존 길구드’, ‘안소니 퍼킨스’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했다.

그야말로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작품이었다. 제작비 대비 약 10배 이상의 수입을 얻었으며 아카데미 7개부문 노미네이트됐다. 1975년 제 2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로 존 길구드는 남우조연상을, 잉그리드 버그만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앨버트 피니가 남우주연상에 올랐고, 잉그리드 버그만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사업가 라쳇 역의 배우 조니 뎁/사진=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2017년作

오늘 개봉한 신작 역시 초호화 캐스팅이다. 우선 감독이자 에르큘 포와로 역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는 연출력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이른바 ‘사기 캐릭터’다. 그는 1989년 ‘헨리 5세’로 제 62회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 및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를 비롯해 각종 국제 영화상을 휩쓴 실력파다. 이번 영화에서는 에르큘 포와로로 완벽 변식하기 위해 9개월간 콧수염 연구개발부터 맞춤형 의상, 헤어, 구두, 억양까지 면밀하게 분석했다.

스페인 출신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는 선교사 필라 에스트라바도스 역을 맡았다. 원작 소설에서 신앙심 깊은 간호사 그레타 올슨을 옮겨온 캐릭터다. 강하고 섹시한 역할을 맡아왔던 페넬로페 크루즈가 늘 피곤하고 예민한 성격인 인물을 어떻게 연기할지 주목된다.

연기에 대해서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조니 뎁. 그는 자신감과 허세로 가득한 사업가로,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편집증적인 불안에 시달리는 라쳇 역할로 분했다. 또 80-90년대를 풍미했던 미셸 파이퍼가 허바드 부인 역을 맡았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뱀파이어의 그림자’ 등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윌렘 대포는 교수 하드만 역할을 맡았다.

에르큘 포와로 역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 감독 겸 배우/사진=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2017년作

뿐만 아니라 이번 신작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점은 비주얼이다. 미술 감독을 맡은 짐 클레이는 스토리에 어울리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실제 크기로 제작했다. 철로에서 실제 움직일 수 있는 객차와 기관차, 내부와 외부를 전부 만들었고, 그 다음에 촬영이 수월하도록 내부와 벽만을 따로 제작해 총 2개의 열차를 만들어 활용했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짐 클레이가 이끄는 프로덕션 디자인 팀은 스토리의 어두운 부분에 어울리는 완벽한 버전의 열차를 탄생시켰다”며 열차 디자인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전 세계 단 4대뿐인 65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미도 기대감을 높인다. 65mm 필름 카메라는 최근 영화 ‘덩케르크’ 촬영에 동원되며 주목받았다. 이 카메라는 실제로 사물을 보는 듯한 컬러 해상도와 톤의 대비가 가능한 포맷으로 관객들이 정말로 스크린 안에 들어간 것처럼 훨씬 선명하고 풍성한 화면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 카메라를 활용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세계에서 가장 긴 장면을 담아냈다. 케네스 브래너는 이 장면에 대해 “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이다”면서 “이 장면은 배우, 스태프, 진짜 기차, 약 5분간의 스테디캠 촬영, 30M 상공으로 올라가야 하는 무거운 장비 등 여러 움직이는 요소가 개입되어야 했는데 제대로 된 것 같다. 정말 흥미진진한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이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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