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추적 스릴러 3파전이다.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 스릴러 영화 3편이 29일 개봉해 관객 몰이에 나섰다.

1934년 출간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초호화 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완벽한 알리바이를 지닌 13명의 용의자와 이를 파헤치는 세계 최고의 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의 이야기를 그린다. 수차례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으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원작의 작품성이 탄탄하다.

영화는 정통 추리 스릴러만의 묘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한 남성의 갑작스러운 죽음, 서로를 향한 경계와 의심, 범인 찾기, 갈등 회복 등 추리 스릴러만의 요소를 갖췄다. 여기에 삶과 죽음, 그리고 진정한 정의에 대해 물으며 뜨거운 울림을 선사한다. 마치 책을 그대로 실사화한 듯한 화려한 오리엔트 기차와 이국적이고 다채로운 풍경, 설원 속 액션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영화의 전개가 상당히 느린 편이며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주는 짜릿한 쾌감과 스릴이 부족하다. 빠른 전개와 오락적인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과 같은 날 개봉한 ‘반드시 잡는다’는 오락적인 요소는 충분히 갖춘 스릴러다. 나름대로 ‘건물주’지만 현실은 궁핍하고 외로운 70대 노인 심덕수(백윤식)와 무지막지한 괴력을 지닌 60대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의 미제 연쇄 살인사건 진범 찾기를 그린다.

대부분 영화에서 누군가의 부모로만 활용했던 노인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 게다가 영화 속 심덕수와 박평달은 연약한 노인이 아니다.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끝까지 추격한다. 도통 지치는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의 계속되는 고군분투와 액션은 그만의 깊은 맛을 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노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고립된 두 노인의 케미는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짠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

장항준 감독의 9년 만의 복귀작 ‘기억의 밤’은 제멋대로 편집된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담은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세 작품 중 가장 마니아적 성향이 강한 작품이기도 하다. 초반은 하우스 공포물에 가깝다. 단란하고 행복하게 살던 가정에서 형 유석(김무열)이 납치된 후 19일 만에 돌아온다. 진석은 납치된 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유석의 모든 행동을 의심하게 된다. 두 형제의 반복되는 의심과 집이라는 폐쇄된 공간이 주는 공포가 극에 달한다. 특히 다정한 형의 모습에서 서늘하게 돌변하는 김무열의 열연이 돋보인다.

영화에는 곳곳에 맥거핀과 복선이 깔려 있어 이를 맞춰보는 재미가 있다. 또 IMF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진 가족의 모습을 들춰내고, 사회적 부조리로 인한 피해를 지적하기도 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꽤 어둡고 묵직하다. 점점 비극을 향해 가는 진석과 유석의 모습이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했으나 극적인 결말과 전개에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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