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사상 최저금리 시대가 저물었다. 본격적인 금리상승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는 ‘속도’의 문제다. 기준금리는 지속적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금리인상으로 한국경제가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은은 향후 인상 속도와 폭을 완만하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경기회복세가 견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려 이제 막 살아나고 있는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계가구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은은 30일 오전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사상 최저 수준인 현 1.25%의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기로 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1년 6월(3.0%→3.25%) 이후 6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그동안 꾸준히 기준금리를 내려왔다. 2012년 7월 3.25%였던 기준금리를 0.25%P 내린 것을 시작으로 5년여 동안 8차례에 걸쳐 총 2.0%P의 금리를 인하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돌아선 것은 경기회복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것을 각종 지표들이 증명하고 있다는 점,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 차단, 부동산값 급등 등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 억제 등 여러 요인이 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예상을 넘는 1.4%에 달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3.2%로 올려잡았다. 내년에도 잠재성장률(연 2.8∼2.9%)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출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8.5% 증가했다.

반면 이번 금리인상에 따라 우려되는 사안도 적지 않다. 당장 1,419조원에 다다른 가계부채다. 지속돼온 초저금리로 인해 위험수위를 이미 넘은 상황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1,419조1,000억원) 중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 1,341조1,515억원에 대한 이자 부담이 2조3,000억원 가량 늘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이번 금리인상이 ‘신호탄’이 돼 대출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 위험가구 중심으로 연체가 늘고 이는 곧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계 상태에 내몰린 게 한계가구와 영세 자영업자의 부채상황도 심각해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가계부채 차주(借主)를 네 그룹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상환 능력이 부족해 부실화 우려가 큰 ‘C그룹’이 32만가구로 전체의 2.9%를 차지한다. 한계가구가 바로 C그룹인데 가구당 3∼4명으로 가정하면 100만명 안팎이다. 보유한 가계부채는 94조원이다.

이들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는다. 소득의 40% 이상을 빚을 갚는데 쓴다는 얘기다. 자산대비 부채비율(DTA·Debt To Asset ratio)도 100%를 넘는다.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다 못 갚는 셈이다.

대외적으로는 다음 달로 예상되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도 금융불안 요인이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연준이 다음 달 금리를 올리면 양국 정책금리가 10년 만에 역전된다. 신흥국인 한국으로서는 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탈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된 일’이라면서도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GDP갭(국내총생산 격차)이라든지 수출 등 각종 지표들을 봤을 때 금리인상 시기가 적절하다”면서 “다만 지표들이 오르는 것에 비해 체감경기는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가 느는 것이 우려가 되지만 과도하게 완화적 수준 통화정책을 이어갈 요인이 크지 않다”며 “금리인상 시기를 지금보다 더 늦추기에 한은이 명분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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