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우리은행은 지난 두 달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CEO이기 이전에 30년간 우리은행과 함께해온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조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

채용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뒤를 이은 차기 은행장으로 손태승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이 내정됐다. 조직 안팎이 뒤숭숭한 와중에 수장에 올라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전 행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급하게 선봉장에 서게 됐지만 이를 전화위복 삼아 조속하게 조직을 안정시키고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손태승 제51대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은 1일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에서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질문이 쏠린 부분은 크게 세 분야다. 조직안정, 잔여지분 매각을 통한 완전민영화, 채용비리로 불거진 채용 프로세스의 개선이다.

인사말에서 “우리은행은 지난 두 달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운을 뗀 손 내정자는 ‘조직 안정화’에 방점을 두고 말을 이어갔다. 행장 선출 과정에서 다시금 불거진 한일·상업은행 간 계파 갈등, 채용비리 의혹으로 인한 압수수색으로 뒤숭숭해진 조직을 다독이고 안정화하기 위해 행장으로서 어떤 해결방법을 찾을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손 내정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된지 거의 20년 가까이 됐는데도 계파갈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제가 은행장이 됨으로써 계파 갈등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어느 회사나 출신, 학교, 지역 문제가 있는데 우리은행의 계파 갈등도 이런 문제 중 하나다”면서 “능력에 의한 인사를 통해 이런 갈등 문제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계파갈등을 의식한 듯 간담회 도중 여러 번 본인의 장점이 포용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제가 내정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모든 직원으로부터 신망을 받기 때문이었다”면서 “그동안 언론에서 많이 언급된 것처럼 제 장점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색깔이 없는 것이다”고 말하며 포용적 리더십을 가지고 은행을 이끌어 나갈 것을 공언했다.

채용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우리은행은 지난 달 전 직급 직원 100명이 참여한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끝장 토론’을 진행하고 100대 혁신안을 선정했다. 비위 행위자에 대한 무관용 징계원칙,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1 Strike-Out)’의 도입을 비롯해 신입행원 채용 과정까지 대대적인 보수에 들어갔다.

그는 “채용 프로세스 전반을 고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는 임직원을 원 스트라이크 아웃시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 하필 올해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이 진행되고 있던 중이었고, 이번 신입행원부터는 달라진 채용 프로세스를 통해 입행을 하게 됐다. 손 내정자는 이번 신입행원 채용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최근 있었던 신입행원 최종면접은 2명의 외부전문가와 1명의 임원이 진행했다”며 “기존 3명의 임원이 면접을 했었는데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인재를 제대로 뽑는데도 효과적이었고 인사의 투명성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러 걸림돌들로 지지부진한 '완전 민영화'도 화두로 떠올랐다. 여러 번 질문이 나왔으나 손 내정자는 “우리은행은 매각 주체가 아닌 객체기 때문에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결정이 되면 최대한 지원을 해서 빠르게 민영화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주사 전환보다 잔여지분 매각이 우선이라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지주사 전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잔여지분 매각이 우선”이라며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결정이지 우리가 협의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잔여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가 속도를 내기 위해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부분도 강조했다. 매각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 주가를 신경써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기업가치가 올라야 한다”면서 “자본을 앞으로 많이 늘리고 ROE(Return On Equity·자기자본이익률)를 높여야 할 듯하다”고 답변했다.

손 내정자는 “우리은행 주가가 현재 조금 빠져있지만 곧 상당 부분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감도 드러냈다. 우리은행 주가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 7월만 하더라도 우리은행의 주가는 공적자금 회수 기준인 1만4,200원을 훌쩍 넘는 1만9,650원까지 치솟으며 2만원 가까이 올랐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감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터진 후 꾸준히 하락하다가 현재는 1만5,000원선까지 주저앉았다.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나 급락하고 있는 주가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 역시 손 내정자가 챙겨야 할 부분이다.

손 내정자는 1959년 광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나와 1987년 한일은행으로 입행했다. 전략기획부장과 LA지점장, 전 우리금융지주 미래전략담당 상무,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 등을 거치며 전략과 영업, 글로벌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우리은행 임추위 위원들은 특히 손 내정자의 풍부한 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임추위는 특히 손 내정자가 글로벌부문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담당하던 IB(Investment Bank·투자은행), 자금시장, 외환 등 전 부문에서 목표를 초과달성한 것을 괄목할 만한 성과로 봤다. 손 내정자가 갑작스럽게 행장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게 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조직을 이끌어 나간 것 역시 손 내정자가 단독 추천된 이유다. 손 내정자는 지난 달 5일 이 행장의 사임으로 일상적인 은행장 업무를 위양받은 후 선임 부문장으로서 11월 30일까지 은행장 업무를 대행해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에서 한일·상업은행 출신 구분 없이 두루 평이 좋고 오직 업무능력만을 보고 인재를 등용하기 때문에 현 노조에서도 손 부문장을 지지했다”면서 “이번 임추위는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는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최우선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손 내정자를 은행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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