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진(왼쪽) NC-박정원 두산 구단주.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5전3승제) 1차전이 열린 지난 18일 창원 마산구장. 김택진(48) NC구단주(엔씨소프트 대표)는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1시에 야구장에 도착했다. 야구 모자에 후드 점퍼까지 착용한 김 구단주는 경기장 곳곳을 둘러보며 안방에서 시작하는 잔치 준비를 진두지휘했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야구 사랑이 각별한 오너들간 맞대결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택진 구단주는 1차전에서 0-7로 완패했지만 9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선수들에게 끊임 없는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1군 무대에 진입한 2013년 신생팀 최다승 타이(52승), 2년째 창단 후 최단기간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3년째인 올해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NC의 돌풍은 김 구단주의 그런 애정과 무관하지 않다.

김 구단주는 자칭 ‘최동원 키즈’로 야구단의 주인까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4년 전인 2011년 3월 프로야구의 9번째 주인공으로 창단식을 가진 자리에서 그는 베이스볼 키즈로 살아온 어린 시절과 야구에 대한 열정을 털어 놓으며 “야구는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표현했다.

특히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거둔 고(故) 최동원의 역투는 그의 마음 속에 영웅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드라마였다. 김 구단주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피가 끓는다”고 말할 정도다. 대학 시절이나 IT기업을 창업한 이후에도 김 구단주를 지탱해 준 건 역시 야구였다. IMF 사태 때 박찬호(당시 LA 다저스)의 활약에 용기를 얻어 다시 사업에 매진했다고 밝혔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본격적으로 자신도 야구를 통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켰다고 고백했다. 굴지의 대기업을 모그룹으로 삼고 있는 기존 구단들과 달리 벤처기업의 소장파 구단주로서 선수단과의 친밀한 스킨십도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김택진 구단주와 ‘대결’을 벌이는 두산은 오너 일가가 ‘야구에 죽고 야구에 사는’ 마니아들이다. 두산건설 회장인 박정원(53) 베어스 구단주는 지난 10~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찾았다. 귀빈석을 마다하고 일반석에서 관중들과 호흡하는 것이 박 구단주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고려대 재학 시절 학내 야구 동아리에서 2루수를 맡기도 했으며 한 시즌에 20회 정도 ‘직관’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개 팀 구단주 가운데 단연 최다다. 박 구단주는 “야구를 보면서 기업경영에 많은 시사점을 얻으려 노력한다”면서 “야구와 기업은 팀플레이가 중요하고 통계 등을 활용한 과학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말할 만큼 경영에도 야구를 접목시킨다.

박용만(60) 두산그룹 회장 역시 지난 준플레이오프 2차전 때 잠실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워낙 평소에 야구단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특별한 당부는 없으셨다”면서 “(잠실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3, 4차전 때도 분명히 오실 것이다. 응원할 테니 열심히 하라는 말씀만으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NC와 두산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번포스트시즌에서도 결과에 따라 화끈한 보너스를 지급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야구광 오너’들의 장외 응원 대결도 볼 만해졌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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