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직장인 김지연(24·여)씨는 얼마 전 김밥을 사러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현금이 없어서 3,000원을 카드로 결제하는데 “3,000원도 없냐”며 “현금 좀 가지고 다니라”는 핀잔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계산하는 곳 앞에 ‘웬만하면 현금 결제 부탁드린다’는 작은 쪽지를 볼 때마다 내 돈을 내면서 왜 눈치를 봐야하는지 항상 불편했다”며 “카드 결제 거부와 같은 이런 경우엔 어디로, 어떻게 신고를 해야하는지 바로 찾아봤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김씨,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오는 3일 22번째 소비자의 날을 맞는다. 매년 소비자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똑똑한’ 소비자를 만들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눈에 보이는 실체가 없는 금융에서도 소비자의 권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이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더라도 절차가 까다롭거나 과정이 익숙지 않아 이내 포기하는 경우도 잦다. 알아두면 도움되는 금융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 방법을 모아봤다. 은행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곧 고객인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호하고 있고, 고객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도 알아봤다.

■ 신용등급 올라갔나요? 당당히 요구하세요 ‘금리인하요구권’

신용등급이 올라가거나 취업을 했을 때, 승진을 했을 때 대출금리를 인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의사·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시험에 합격한 경우에도, 자영업자나 기업은 매출 또는 이익이 늘었을 때도 대출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뒤 신용상태나 상환능력이 대출 당시보다 크게 개선되면 이를 근거로 금융회사에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금리인하요구권’이라고 부른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서 예시. 사진=금융감독원

신청 방법은 간단하다. 해당 금융회사 영업점을 방문해 신청서와 신용상태 개선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내면 된다. 승진자라면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 등이 입증자료가 된다. 이후 금융기관의 내부 심사기준에 따라 심사하고 5∼10영업일 안에 심사결과를 통보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은행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로도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 상당수가 고객들의 금리인하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 권리가 금융소비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9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금리인하 요구권 미스터리 쇼핑 평가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은행의 종합평가 결과 평균 점수는 62.8점(10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높은 점수부터 순위를 매겼을 때 1위부터 무려 14위까지가 저축은행이었고 15위까지 내려와서야 처음으로 은행이 등장해 체면을 구겼다. KEB하나은행(70.1점), 농협은행(64.6점), 국민은행(60.7점), 신한은행(60.1점), 우리은행(58.5점) 순이다. 우리은행은 은행 중 유일하게 ‘미흡 ’등급을 받았고, 5개 은행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KEB하나은행도 간신히 ‘양호’ 등급에 그쳐 대체로 부진한 결과를 나타냈다.

김한표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기관 대출담당 직원들은 고객들의 금리인하요구권 문의에 ‘현재 대출금리가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더 낮아지기 어렵다’거나 ‘현재 받고 있는 금리가 최저금리다’는 식의 응대로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고객의 금리인하 심사 요청을 일방적으로 거절하며 접수조차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 금융소비자 권리 제대로 찾으려면? 금융민원센터·여신

부당한 일을 당해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찾으려면 관련 단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금융민원센터에서는 ▲은행 ▲증권 ▲보험으로 나눠 분야별 분쟁조정 사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물론 민원 신청도 가능하다.

위 사례에서 김씨의 경우에는 부당대우를 받은 가맹점을 신고할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의 소비자지원센터에서 바로 신고 및 접수가 가능하다. ▲결제거부 ▲부당대우 중 하나의 부당행위를 선택하고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부당대우를 받은 내용, 결제방법까지 상세히 기재하면 된다. 몇 번 신고당했는지에 따라 경고, 거래정지 등 조치가 달라진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완전한 처리까지는 2~3주 정도가 소요된다.

여신금융협회 소비자지원센터를 통해 거래거절부당대우가맹점 신고가 접수되면 신고자의 휴대폰으로 연락이 온다. 사진=김지연씨 제공

금융소비자에게는 공개되지 않고 금융사들만 소유한 서류로 부당한 일을 겪을 경우에 대비한 대비책도 준비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들이 소송 등의 상황에서 필요한 경우 금융회사가 보관 중인 서류를 열람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그동안 가입서류, 금융정보제공 동의서 등 금융사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들을 소비자들이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금융소비자와 금융사가 분쟁시 불리한 위치에 놓였던 사례가 많아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 전부개정안을 지난해 3월부터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법에 관련 내용이 담겨있으며 금융소비자법은 아직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다양한 종류의 금융상품을 금융소비자가 비교 등을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은행들, 금융소비자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은행들은 고객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다. 고객평가단, 고객패널 등을 운영하며 단순히 고객의 의견을 듣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상품, 서비스, 영업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매월 정기적으로 ‘건강한 금융검진의 날’을 시행해 영업점에서 완전판매했는지를 점검하고 각종 민원사례를 공유한다. 주요 민원사례를 빠르게 직원들끼리 공유해 향후 예상되는 민원을 예방하는 ‘민원발생 사전보고 제도’도 갖추고 있다.

소비자 직접 참여 채널 ‘KEB하나 솔로몬(Solomon)’도 운영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소비자 직접 참여채널인 ‘손님위원회’를 구축했다. ‘KEB하나 솔로몬’은 손님위원회의 하부 채널로 손님의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를 모은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국민은행은 고객 패널 제도 ‘KB호민관’을, 농협은행도 ‘NH고객패널’을 운영하면서 은행의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해 개선의견을 내고 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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