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행'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처음 가는 길은 모든 게 서툴 수밖에 없다. 영화 ‘초행’(7일 개봉)은 현대 사회에서 꼭 치러야 할 관례로 여겨지는 결혼을 앞둔 불안정한 연인의 발걸음을 다독인다.

‘초행’은 서로에게 너무도 익숙해진 7년 차 동거 커플인 30대 수현(조현철)과 지영(김새벽)의 이야기를 다룬다. 수현은 시간제 미술강사, 지영은 방송국 비정규직으로 안정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지영이 2주 째 생리를 하지 않자 수현의 가슴은 내려앉는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무거운 압박감 속에 두 사람은 양가 부모를 만난다. 지영 어머니(조경숙)는 변변찮은 예비사위 수현이 내심 못마땅하다. 수현이 함께 식탁에 앉은 자리에서 지영에게 결혼은 언제 할 거냐며, 자식 자랑 할 게 없다며 잔소리를 한다. 이와 달리 은퇴를 앞둔 공무원인 지영 아버지(기주봉)는 두 사람을 다독이는 유일한 존재다.

어느 정도 유복하게 자란 지영과 달리 수현의 가정환경은 그리 평탄하지 않다. 강원도 삼척에 살고 있는 수현의 부모는 별거를 시작한 중년부부다. 횟집 수입도 변변찮다. 수현 어머니(길해연)는 지영에게 “일단 살아보고 결혼해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가족들과 눈도 제대로 못 맞춘 수현 아버지(문창길)는 술 한잔 후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수현은 그런 부모 앞에서 예의를 갖추는 지영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초행’은 불안한 청춘 커플이 양가 부모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변화와 감정들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여기에 실력과 재능을 요구하면서 결국엔 인맥대로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현대사회의 모순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청춘의 고단한 삶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관객의 공감을 꾀한다.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자화상에 ‘결혼’이라는 설정을 더해 현실감을 높인다.

여기저기서 외면 받고, 어떤 길을 찾아가든 서투른 연인의 모습이 시종일관 이어지지만 결국 ‘초행’이 전하고자 하는 건 따뜻한 위로다. 처음 가는 길은 누구나 서툴다고, 괜찮다고 말한다. 촛불 시위로 사람들이 꽉 찬 광화문 광장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웃음을 주기도 한다.

‘초행’은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됐다. 흔들리는 수현과 지영의 심경을 고스란히 표현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주 흔들리는 카메라 구도 탓에 몰입감이 흐트러진다. 이렇다 할 큰 갈등이나 영화적 장치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개 역시 사뭇 지루함을 자아낸다.

이러한 영화의 공백을 김새벽과 조현철의 호연이 채운다. 두 사람은 짜인 대사 없이 상황 안에서 즉흥 연기를 펼친다. 마치 실제 연인이라 해도 믿을 만큼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연기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로에게 무덤덤한 오래된 연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위트 있게 표현하며 웃음을 주기도 한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사진='초행'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