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김모씨(24, 여)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김 씨는 대학교 재학 당시 학자금과 취업준비 학원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6곳에서 약 2,000만원을 대출 받았고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밤낮 구분 없이 학업과 병행하면서 무려 4개의 아르바이트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수입으로는 고리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연체를 하게 되었습니다.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알게 되었고 위원회를 방문해 총 6건의 채무를 월 20만원씩 상환하는 조건으로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 채무조정이 확정되었습니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을 통해 채무 상환부담이 크게 완화된 것은 물론, 채무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취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되어 앞으로 보다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개인채무자의 파산을 막고 경제적 회생을 지원하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상담사례다. 서민금융진흥원,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등 서민금융 지원 기관이 가계부채의 '늪'에서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경제 뇌관’ 가계부채가 취약 차주들의 빚 부담을 늘리는 가운데 단순히 가계부채를 억제하기보다 예방과 재무상담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진국에서는 민간 비영리상담기구를 활용해 사회복지형 재무상담으로 가계부채의 속도 조절은 물론 서민금융 지원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서민금융 구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5일 오후 서민금융연구포럼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신개념의 서민금융 지원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사진=서민금융연구포럼

5일 오후 서민금융연구포럼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신개념의 서민금융 지원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발제를 맡은 최현자 서울대학교 교수는 “지난 20년간 가계부채 변화를 살펴보면 2011년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위험수준인 130%를 초과했다”며 “최근 2년간은 과거 추세에 비해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대출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나이스(NICE)평가정보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390만명으로 전체 채무자(1,857만명)의 21.0%를 기록했다. 현재 가계대출 차주의 상당수가 생활비 대출자로, 한계차주이면서 다중채무자 비율도 높다.

가계대출 규제로 연쇄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위험하다. 1금융권 옥죄기 ‘풍선효과’를 누렸던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이 꺾이면서 기타금융기관이 폭탄을 받았다. 가계대출 총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가계부채 총량을 줄인다고 해서 근원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일정 수준의 부채는 서민가계를 윤택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총량규제나 ‘빚탕감’ 보다는 재무상담으로 빚에 빠진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무상담은 가계부채뿐 아니라 주거결정이나 신용관리 등 재무에 관한 모든 상담을 통칭한다. 덕분에 재무상담은 가계부채를 조정하면서 저축액은 늘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선진국에서는 민간기구를 통해 채무상담과 조정을 하는 사회복지형과 파산제도를 통해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도덕적해이 방지형 재무상담 제도를 운영중이다.  

일례로, 영국은 대표적인 비영리상담기구(Citizens Advice)는 무료로 부채문제, 복지, 주거, 고용 등 다양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중 특히 복지와 부채문제 상담이 높은 편이다. 저소득 과중채무자 대상으로 채무변제계획 수립과 신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저신용자 대상으로는 적절한 금융연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채무자의 신용상담이 활성화될 수 있는 이유는 개인신용회복의 지원창구를 국가적 차원에서 강화해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중재비용을 사회전체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민간자율상담기구 JCCA는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소비생활센터 등에서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재무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지 다중채무자의 파산절차를 조언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중채무자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계몽과 조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최 교수는 “재무설계상담, 금융복지상담, 사후적 부채관리상담을 위해 정부의 서민금융기구와 민간의 채무상담기구간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재무상담이 재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받는다는 인식도 바꿔야 한다고 최 교수는 제언했다. 최 교수는 “상담은 문제자 대상이라는 편견이 존재한다”며 “재무상담과 금융자문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필요하다. 신용상담을 진행하면 금리감면 등의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서민금융기관들이 재무상담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임찬기 신용회복위원회 센터장은 "상담을 통해 부채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채무조정이 필요한 과중 채무자에 대해서는 채무감면과 장기분할 상환을 시행하고 있다"며 "지난달을 기준으로 6,891명이 채무 상담을 받고 1,597명이 채무를 조정했다"고 전했다.

서경준 희망을만드는사람들 본부장은 "소득과 지출, 부채의 규모와 종류, 성격을 분석해 정상적인 가정경제의 유지가능성과 대출상환의 가능성을 진단한다"며 "대출 이자율을 낮추는 방법을 찾고 신용등급이나 채권추심, 워크아웃, 개인회생, 파산 등에 대한 지식도 안내한다"고 말했다.

박상금 사회연대은행 이사는 ‘마이크로크레딧(미소금융)’이 저소득층의 부채 탈출구라고 이야기했다.

마이크로크래딧이란 제도권과 거래가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한 무담보 대출이다.

박 이사는 “방글라데시 유누스 박사의 ‘그라민뱅크’에서 출발한 ‘가난한 사람들의 수익을 창출하는 자기고용 프로젝트에 소액을 대출하고 지원하는 개념’을 확대시켜 15년간 운영해 왔다”며 “현재까지 2,257개 업체에서 432억원 규모를 대출했다”고 전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포럼 회장은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뿐 아니라 민간 프로그램을 통해 서민부채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무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금융주치의’가 서민금융 지원방안으로 제시됐다. 조 회장은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넘어섰고 금리인상은 현실화됐다”며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지원만으로는 한계 채무자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럼과 회원사, 서민금융 유관기관과 합동해 내년께 금융주치의 제도를 실행할 예정”이라며 “자금만 지원하는 이전의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채무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금융주치의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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