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현]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였고 과거 류현진 선수의 팀 동료인 잭 그레인키 선수는 극도의 내성적인 성격으로 대인기피증과 사회적응장애 등 정신병을 앓고 있었지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최고의 투수가 됐다.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까지 수상하며 멋진 부활을 알렸다. 야구팬들도 그의 재기에 응원과 박수를 보냈다. TV 속 유명한 개그맨들도 자신이 공황장애를 떳떳히 밝히며 더 이상 숨겨야 하는 정신병이 아님을 털어놨다.

과거 정신병이라고 인식돼 왔던 공황장애가 이제는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증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 한 조사에서 국내성인 57%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회원 1,254명을 대상으로 공황장애에 대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7%가 '있다'고 답했다. 많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병은 나쁘다는 편견이 버려야만 극복할 수 있다.

시중은행 한 영업점에서 고객들의 상담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최근 들어 가계부채 총량이 단기간에 빠르게 증가하면서 금리나 경기변동에 민감한 취약 차주의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당국의 일방적인 총량관리로 취약계층의 상환능력이나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보호관리가 절실할 때다. 과도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가계경제는 무너지고 경제적 복지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부채관리에 나서야 한다.

대부분 채무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체계적인 금융교육과 지식이 없어 혼란스럽다. 이들은 혼란과 절망, 불안, 죄책감에 매일 고통을 안고 산다.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지", "가족이 알면 큰일 난다", "다 제 잘못이에요. 어떻게든 제 힘으로 해야죠", "미래가 없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요" 등 한마디로 멘붕이다. 채무독촉 전화 벨소리만으로도 심장이 덜컹거린다.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이럴때 일수록 스스로 문제해결한다는 자신감을 믿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혼자 힘으로 불가능하다. 병원 의사처럼 금융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떠안은 빚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채무상담은 문제자 대상이라는 편견을 깨버려야 한다. 마음이 조금 아픈 것 뿐이다. 최근에는 금융회사가 연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재무상담을 하는 '금융주치의' 제도를 운영해 재무상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초기단계라 좀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공감을 통해 다양한 문제의식을 깊게 생각하게 하고 꾸준한 관심으로 부채와의 장기전에서 이길수 있는 진단을 해야 한다.

예방적 기능과 치료적 기능을 갖춘 재무상담 프로그램과 상담기구가 필요하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신용상담을 활성화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대표적 비영리상담기구인 Citizens Advice는 무료로 부채문제, 복지, 주거, 고용 등 다양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체예산의 80%를 영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원과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채무자-채권자간 중재비용을 사회가 부담하고 있어 비용적인 문제와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90년대 민간기구 JCCA(Japan Credit Counseling Association)을 설립해 지자체 산하의 소비생활센터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재무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중채무자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계몽조사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도덕적 해이 방지형 재무상담을 운영 중이다.

우리의 경우 재무상담을 운영중인 서민금융지원기관과 금융복지상담센터, 비영리민간단체 및 기업들이 다수 운영 중이다. 보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금융소비자 맞춤형 재무상담과 상담기구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며 재무상담의 전문성 확보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재무상담에 대한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의 부정적인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빚은 자발적으로 나서서 상담을 받아야 해결될 수 있다. 채무도 마음의 병이다. 스스로의 변화만이 채무를 극복할 수 있고 자신의 재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 정부도 재무상담의 민간영역을 확대하고 전문적인 금융주치의를 키워 근본적인 가계부채 대응은 물론 채무자의 재기까지 도와 가계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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