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내용처럼 현재의 ‘치즈’에만 만족하고 있는 금융투자업은 망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금융을 포함해 모든 산업은 고객의 니즈(요구)를 쫓아가야합니다. 그런데, 그저 판매나 운용수수료만 바라보면서 좋은 장이오길 기다리는 모습은 업계 대표들도 다 마찬가지였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켜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충분히 기존 업계를 뒤집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창업 동기를 묻는 질문에 “기술이나 환경이 변했는데도 쫓아가지 못하면 기존 산업이 망하거나 새로운 산업으로 대체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래서 지난 2015년 창업한 회사가 두물머리다.

두물머리는 일반 투자자들에 주가연계증권(ELS)의 기본정보뿐만 아니라 예상손실률과 같은 평가정보를 제공하는 ‘ELS리서치’로 주목받았다. 현재는 투자자의 성향과 목표수익률에 맞춰 적합한 펀드를 추천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불리오’로 1,500명가량의 유료 고객을 확보하는 등 조용히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사실 천 대표는 전혀 창업할 필요가 없는 여건이었다. 고위 공무원의 아들로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KTB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에서 파생상품 등 트레이더로 일하면서 3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천 대표는 “정원이 50명인 부서에 1년에 50명이 또 입사해 90%이상은 집으로 가고 상위 2~5% 정도만 살아남는다”면서 “일단 살아남으면 수억원의 연봉이 사실상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연봉을 받았지만, 직장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천 대표가 창업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연봉 3억원 이상을 받는 단계까지 가려면 치열한 노력을 해야 했고 너무나도 힘들었다”면서 “이 정도 노력이면 포장마차를 차려도 비슷한 수입을 벌거나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도 초고속 승진해 임원이 됐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트레이더로 일하면서 고액 자산가에 비해 일반 투자자가 소외됐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사업 가능성도 읽었다. 부자나 증권사 자금은 극도로 효율적으로 운용돼 1년에 10~20%의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이에 비해 부모님 친구들과 같은 일반인은 아무리 투자기법을 알려준다고 해도 시간적 대응이 안 맞고 통일성도 없었다.

무작정 회사를 나왔다. 금융이나 로보어드바이저를 염두에 둔 것도 아니었다. 우연히 해외 로보어드바이저를 접하고 어차피 증권가에서 돈 불리는 방법은 배웠으니 고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천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모든 사람에 통일된 투자기법을 알려주는 게 독특한 점”이라면서 “따라 투자만 해도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보였고 한번 만들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객 개개인에 대한 깊은 수준의 맞춤은 아니고 간단한 수준임에도 올해 11월말 기준 가장 공격적인 불리오 ‘매운맛’ 수익률이 12.33%를 올렸다”며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고객이 1% 은행 예금금리에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천 대표의 목표는 아주 크다. 단순히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수익률 올리기에 그치지 않는다. 수익률은 물에서 빠진 고객을 건져내는 것에 불과하다. 궁극적 목표는 고객에 감동과 행복을 줘 사랑을 받는 데 있다. 그는 이런 신념에 불리오를 월 1만원대 정액제 서비스로 만들었다.

불리오 사이트 캡처

‘진정한 성공이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말한 세계 최고의 주식투자가 워런 버핏과 일맥상통한다.

천 대표는 “증권사나 운용사에서 고객의 삶을 나아지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려고 고민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 고객 사랑을 받아야 돈을 벌 수 있다”며 “그간 업계에서 ‘돈돈돈’하는 사이 고객 마음이 떠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천영록 대표의 투자팁은?

천 대표가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을 내는 기본 원칙은 ‘오를 때 투자하자’다. 하락하는 데 투자해서 손실을 입지 말고 오르는 자산군에만 투자하면 결과적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 철칙처럼 여겨지는 무조건적 ‘장기투자’를 반대한다. 만일 2008년 조선주가 급등할 때 투자에 나섰다면 아무리 장기투자를 했더라도 수익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천 대표는 “장기투자하면 수익이 오른다는 건 허술한 생각이다. 얼마나 싸게 샀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워런 버핏은 장기투자만 한 게 아니고 가격이 저렴해지면 매수했다가 가격이 비싸지면 기다리는 ‘전략적 장기투자’를 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그는 “투자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가 꾸준히 폭락하고 있는 자산에 들어가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아직 정확한 가격을 측정할 수단이 없어 예외다. 가격 흐름 패턴을 규정할 수 없어 급등했다고 바로 과열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가장 최적화된 투자 타이밍은 변동성이 낮고 잔잔하게 오르고 있는 때다. 가격의 고점은 변동성이 극대화 되면서 ‘너도나도 사겠다’고 몰리는 시기다. 때문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아니라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 적절한 자본시장의 원칙이라는 게 천 대표의 주장이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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