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신한은행 ‘한달애(愛) 저금통’, 국민은행 ‘KB라떼 연금저축펀드’, 우리은행 ‘위비 짠테크 적금’, KEB하나은행 ‘오늘은 얼마니? 적금’ 등 네가지 상품의 공통점은 최근 불고 있는 이른바 ‘짠테크(짠돌이+재테크)’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을 내세워 커피값이나 담배값 같은 자투리 돈을 매일 아낀다는 취지다. 고전적인 저축 방법이지만 한 은행에서 스타트를 끊자 나머지 은행들도 줄지어 출시 행렬에 동참했다.

이렇게 대동소이한 금융상품들이 줄을 이을수록 더욱 더 빛나는 상품들이 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시돼 은행권에서 한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상품들이다. 처음 선보였을 때는 선례와 비교대상이 없는 만큼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으나 이제는 그 분야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나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KB 펫코노미 신탁’의 가입대상과 기능을 확대했다. 기존 상품은 반려동물 양육자만 가입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도록 대상을 확대하고 의료비나 입양을 위한 인출이 가능토록 했다.

KB금융그룹 KB펫코노미 패키지 상품구성 다이어그램. 사진=KB금융그룹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최초로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상품인 ‘KB 펫 신탁’을 개발한 바 있다. ‘KB 펫 신탁’은 고객이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기고, 본인 사망 후 은행이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에게 반려동물 보호·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KB금융그룹 차원에서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전반적인 니즈를 커버하는 보험·카드·은행 패키지 상품도 지난 7월 출시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7 반려동물 양육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카드 이용자 중 전국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남녀 3,000명 중 30.9%(약 59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 이들 중 56.9%가 한 달에 10만원 이상을 반려동물을 위해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50만원 이상을 사용하는 비율도 17%나 된다. 이렇게 펫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확대될 것을 예상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미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상품이다.

국민은행은 여기에 집중했다. 반려동물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고 상품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 일본 사례를 연구했고, 상품화에 성공했다. 시장반응도 나쁘지 않다. 상품에 대한 문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나 고객들에게 생소한 영역이다보니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신탁운용부 관계자는 “펫 신탁은 특화 상품의 성격이기 때문에 범용적인 금전상품은 아니다”면서 “현재까지 판매실적은 5억원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신탁에 비해 펫 신탁은 운용액이 몇 억씩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액이고 수익이 크게 나기 어려운 구조여서 신탁에서 금리하고 있는 합동운용이 되면 정착이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적 관리를 위해 포트폴리오 방식의 운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업은행은 당행이 투자한 영화 흥행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는 예금 상품으로 이 분야 상품 출시에 첫 발을 디뎠다. 이제야 영화에 주력해 문화콘텐츠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타행에서 비슷한 상품을 벤치마킹할 정도다.

기업은행은 특히 영화에 주력해 문화콘텐츠 시장에서의 외연을 넓혀갔다.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문화콘텐츠 전담 부서인 ‘문화콘텐츠금융부’를 신설해 2013년부터 영화에 꾸준히 투자해오고 있다. 투자 안목도 대단하다.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는 대박이 난다’는 말까지 생기며 ‘마이더스의 손’으로 정평이 났다. 지난해에만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터널’ 등 굵직한 영화들 21편에 모두 100억원을 투자했다. 구체적인 작품명과 수익률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작품에서는 200% 이상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 5월에 출시된 영화 ‘연평해전’과 연계한 상품 ‘영화 연평해전통장’을 선보였다. 사진=기업은행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가 이른바 '대박'을 칠 때마다 영화 흥행성적과 연계한 예금 상품도 뛰어난 성적을 냈다. 그 중 가장 실적이 좋았던 상품은 지난 2015년 5월에 출시된 영화 ‘연평해전’과 연계한 상품 ‘영화 연평해전통장’이다. 관객수가 300만명이 넘을 경우 기본금리에서 0.15% 더 주는 상품이었다. 애초 500억원 한도로 나온 상품이었으나 출시 4일 만에 완판됐고, 이에 기업은행은 1,500억원으로 판매한도를 증액했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관계자는 “영화 쪽에서 문화콘텐츠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특징을 살려 금융상품을 통한 영화홍보 극대화와 영화에 관심있는 고객들을 은행고객으로 모실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영화와 연계한 금융상품의 판매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가 늘고 자기관리에 주력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건강관리와 접목한 금융상품도 이제는 보편화됐다. 지난해 6월에 출시된 신한은행 ‘헬스플러스 적금’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건강 마일리지 목표를 달성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운동하면 이자가 쌓이는’ 이 상품의 뒤를 이어 건강관리와 접목한 상품과 서비스가 이후 봇물을 이뤘다. 이 은행 최고의 히트상품인만큼 판매성적도 좋다. 5일 기준 37만7,828좌, 5,827억원이 유치됐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기존 상품들을 따라해 출시하는 ‘미투(Metoo) 전략’에서 탈피해 실패 확률이 있더라도 차별화한 상품을 개발해 선보이는 것이 은행들에 필요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차별화가 답은 아니다. 독특한 상품이어도 금융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다면 금융상품으로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별로 워낙 비슷한 상품들이 많고 대체 먹거리로 관련 사업이 하나 뜨면 다들 진입하다보니 틈새시장 찾기가 힘들다”며 “톡톡 튀는 상품,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면서 흥행까지 잡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