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영업점마다 위폐감별기가 있거든요. 고객과 거래한 미화 100달러 3장을 감별기에 돌렸는데 그 중 한 장이 자꾸 뱉어지는거에요. 영업점에서 위폐 여부 확인이 어려워우니까 저희 위변조대응센터로 영상 판독을 의뢰했어요. 위폐인 것은 바로 확인이 됐는데, 기존 패턴과 조금 다른거에요. 숨은 그림도 다르고 일련번호 활판 인쇄방식도 다르고요. 한 번도 보지 못한 패턴이라 국가정보원에 추가 확인 의뢰를 했어요. 미국 수사기관에도 의뢰해 보니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위폐라는거에요. 이번에 발견된 위폐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초정밀 위폐라는 것을 발견하기까지 꼬박 한 달 가량이 걸렸습니다.” (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

KEB하나은행 서울 영등포구 한 영업점은 지난 10월 20일 한 고객으로부터 미국 100달러 짜리 지폐 3장을 받았다. 위폐감별기를 돌려본 직원이 이중 한 장이 수상하다고 의심해 본사 위변조대응센터에 위조지폐 여부를 문의했다. 그리고 약 한달 후 이 지폐는 초정밀 위조지폐인 ‘슈퍼노트(super note)’, 그것도 신종 버전으로 드러났다. ‘세계 최초’로 발견된 슈퍼노트가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한달 가량이 걸렸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전자 현미경을 통해 미국 달러화 지폐의 진폐 여부를 감별하고 있다. 사진=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은 최근 위변조대응센터에서 2006년판 100달러 지폐를 모방한 슈퍼노트 한 장을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슈퍼노트는 일반 위폐 감별기로도 구별하기 어려운 초정밀 미화 100달러권 위조지폐를 말한다. 조폐공사에서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화폐의 오톨도톨한 느낌도 그대로 살아있고 색깔이 바뀌는 인쇄 기법도 적용돼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 발견된 위조지폐는 그동안 북한 등 일부 우범국의 비호 하에 국가급 제조시설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초정밀 위조지폐의 신종 버전이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따르면 이미 알려진 기존 슈퍼노트와는 숨은 그림이나 일련번호 활판 인쇄방식 등 제작수법이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슈퍼노트는 미화 100달러 권종 중 유통량이 많은 1996년, 2001년, 2003년도에 발행된 지폐에서만 발견됐었다. 이번에 적발된 2006년판 슈퍼노트는 현재까지 한·미 관계당국에도 보고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대량으로 유통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인터폴 등 법 집행기관에도 보고된 적이 없어 실제 유통량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센터장은 “이번 슈퍼노트가 2006년판을 모방한 것이니까 최소 10년 전부터 만들었을 수 있다”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샘플은 1장이지만 손때가 제법 묻어있는 것으로 봐서 굉장히 돌고 돈 위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만 들어왔을리는 만무하고 슈퍼노트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든 유통됐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추적이 들어가도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들이 위폐 감정 업무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KEB하나은행

“이제 겨우 한 장 나왔습니다. 유사한 위폐가 많이 나와야 샘플 추정도 되고, 발견 지역이 나와야 어느 국가 지역에서 유통됐는지가 추정이 가능하니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지는거죠.”

인터폴에도 보고된 적 없는 신종 슈퍼노트의 발견. 국내 은행권에서 매우 높은 적발 비율을 자랑하는 KEB하나은행의 책임이 한 층 무거워졌다.

KEB하나은행에는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위변조 대응센터가 있다. 지난 2014년 11월 국내 금융권 유일의 위조지폐 전담 독립부서를 신설했고, 국가기관급 CSI(범죄분석) 장비를 도입해 실시간 위조지폐 진위를 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전국 영업점 창구로 들어온 화폐 45종의 위·변조 여부를 가려낸다. 5명 소규모로 시작된 위폐감별 조직은 현재 17명으로 늘었다. KEB하나은행이 지난해 은행의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적발한 위조지폐는 630매다. 미국 달러 환산 기준 13만4,385달러로 국내 전체 은행의 위폐 적발 금액(15만6,646달러)의 86%에 달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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