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신재하에게 2017년은 잊을 수 없는 한해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당잠사)를 통해 대세로 떠올랐다. 극중 정재찬(이종석)의 동생 정승원으로 변신, 훈훈한 비주얼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무엇보다 함께 출연한 이종석, 정해인과 둘도 없는 절친이 됐다. 신재하는 현재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응팔)로 인연을 맺은 신원호 PD의 러브콜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당시 박보검이 연기한 최택 역으로 오디션을 봤지만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안 해서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당잠사’를 통해 대세배우로 거듭났다.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고, 좋은 분들과 작업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7월에 촬영을 마쳐서 방송 시작했을 때 마치 영화 개봉한 기분이 들더라. ‘태양의 후예’ 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사전제작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이 잘 나와 의미가 있다.”
 
-정승원 캐릭터가 실제 모습 같았다.
“맞다. 이번 역할이 내 성격과 가장 비슷했다. 주위에서 ‘넌 연기 안 하고 그대로 있냐’고 하더라. 승원이를 연기하면서 평소에 하는 행동들을 많이 보여줬다. 친동생, 친구들과 장난치는 모습도 똑같다.”
 
-이종석과 브로맨스 케미가 좋았다.
“1~4회까지 (김)소현이와 에피소드가 많았다. 이후로는 종석 형, 수지와 집에서 있는 신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나올 때마다 분위기를 환기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종석 형이랑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가장 좋아하는 신은.
“같이 밥 먹다가 수지가 ‘니네 형 뭐하고 있는지 알아’라고 한다. 수지의 꿈으로 종석 형이 거지처럼 하고 있고, 내가 때리는 신이 나왔는데 다 애드리브였다. 그 때 종석 형과 지금처럼 안 친했는데, 내가 슬리퍼로 때렸다. 순간 살짝 고민했는데 엉망진창인 집을 보니 안 때릴 수가 없더라(웃음).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혹시라도 욕이 있으면 상처 받을까 봐 댓글을 잘 안 본다. 팬이 ‘극한직업-정재찬 동생 정승원 편’이라는 제목으로 유뷰트에 올린 영상이 재미있었다. 극중 종석 형한테 항상 구박 받지 않았나. 승원이는 맨날 형 뒤치다꺼리하니까 극한직업이라고 하더라.”
 
-‘당잠사’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꿈 관련 특별한 기억이 있나.
“원래 꿈을 잘 안 꾼다. 한번 잠들고 나서 눈뜨면 아침이다. 그 정도로 깊게 잠드는데 한 동안 이틀에 한 번씩 가위에 눌린 적이 있다. 지난해 여름 드라마 ‘원티드’를 촬영할 때 스케줄이 너무 힘들었다. 길어야 3~4시간 정도 잤는데, 가위에 계속 눌리니 귀신한테 손가락 욕을 했다. 귀신들이 난리가 나서 득달같이 달려오더라(웃음).”
 
-박혜련 작가와 ‘피노키오’ ‘페이지터너’ ‘당잠사’까지 3번째 호흡이다.
“작가님은 은인이다. 내 인생 첫 드라마가 ‘피노키오’다. ‘피노키오’를 통해 다른 작품도 계속 할 수 있었다. 이번 ‘당잠사’도 오디션을 봤지만, 승원이 역은 원래 다른 배우가 하기로 돼 있었다. 개인사정으로 하차하면서 갑자기 감독님으로부터 연락이 와 미팅을 했다. 나중에 감독님으로부터 들었는데 작가님이 ‘재하를 만나 봐달라’고 했다더라. 힘들고 배우로서 고민이 많을 때마다 작가님의 작품을 하게 됐고, 힐링을 많이 했다. (작가님이 신작 주인공 제의 한다면) 정말 감사한데 조금 겁날 것 같다.”
 
-원래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고. 외고 입시 준비하다가 배우로 전향한 계기는.
“목표가 생기면 하는 스타일이다. 전교 80등 정도 했는데 공부를 안 한다는 이유로 어른들의 시선이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마음먹고 중학교 3학년 때 1년 동안 영어공부를 했는데 외고 시험에서 떨어졌다. 당시 너무 힘들어 해 부모님이 뮤지컬을 보고 쉬다 오라더라. 그 때 공연을 보고 ‘뮤지컬 배우가 되면 행복하겠다’고 느꼈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모두 뮤지컬을 전공했다. 예전엔 노래가 안 되면 스트레스 받았는데, 요즘은 취미로 한다. 나중에 드라마 OST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2014년 영화 ‘이것이 우리다 끝이다’로 데뷔, 4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돌아보면 행복한 일이 정말 많았다. 작품할 때마다 부모님이 ‘너 그래도 어떻게 계속 한다’며 신기해한다. 물론 항상 작품 끝나고 또 오디션을 보고… 12~13부 찍을 때쯤부터 ‘언제 또 작품 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생긴다. 근데 ‘당잠사’ 촬영 끝나기 전 ‘슬기로운 감빵생활’ 출연이 확정돼 기분이 묘했다. 불안감이 없어지니 행복한데 적응이 안 되더라.”
 
-‘응팔’ 박보검 연기한 택 역 오디션을 봤다고.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신원호 감독과 다시 만났다.
“‘응팔’은 첫 회부터 끝까지 다 챙겨봤다. 최택 역은 내가 안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박보검 선배처럼 잘할 수 있을까?’ 싶더라. 신원호 감독님이 ‘응팔’ 오디션 때 좋게 봐준 것 같다. 감독님이 원래 미팅 전에 대본을 안 준다. 현장 가서 바로 리딩 해보라고 하는데, ‘당잠사’ 찍는 와중에 연락이 와서 오랜만에 뵀다. ‘어떻게 지냈냐’면서 근황을 묻다가 ‘대본 한 번 읽어 볼래?’라고 하더라. 바로 ‘너랑 같이 하고 싶다’고 해서 얼떨떨하고 기분이 좋았다.”
 
-연말 시상식을 기대해 볼만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목표도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아직 모르겠다. 연말 시상식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항상 TV로 시상식을 봤는데, 상은 안 받아도 한 번 가보고 싶다. 그 다음에 상 받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 않을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전에는 연기 잘하는 선배들 앞에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부러웠다. 나도 선배들처럼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내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자체만으로 의미 있더라. ‘맞아 저 사람이 배우지!’ 인정받는 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사진=인넥스트트렌드, iHQ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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