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가상화폐가 투기 광풍으로 변질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당국이 주의를 요청했다. 가상화폐 시세가 변주곡처럼 움직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자 정부가 결국 ‘거래 금지’ 등 초강수를 검토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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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정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는 내주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회의를 열고 정부차원의 규제안을 내기로 했다. 지난 P2P금융 규제와 유사하게 우선 투자총량을 제한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치의 등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고 유의 깊게 시장을 주시하는 중”이라며 “특히 '광풍'에 가까운 국내 가상화폐 투기 행태를 바로잡는 방향을 고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폰지사기’ ‘다단계’ 등의 강도 높은 발언으로 투자 경고음을 울리는 중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4일 TF회의에서“가상화폐 열풍은 다른 투자자들이 자기가 사준 것보다 높게 사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투자에 뛰어드는 일종의 폰지 수법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폰지사기는 투자 수익이 미미한 상황에서 신규 유입 투자자의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일종의 ‘돌려막기’ 수법이다.

가상화폐가 ‘민스키모멘트’에 다가설 순간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민스키모멘트는 폰지사기가 붕괴되는 순간, 곧 호재를 기대하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상환 불안감에 휩싸여 투매하고 가격이 급락하는 때를 말한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주최한 가상화폐 규제 법안 공청회에서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제도적인 규제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가상화폐에 공신력을 부여하지 않아도 불법 금융이나 다단계(돌려막기)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시고 등록이든 인가든 건강한 사업체를 육성해달라”고 전했다.

‘튤립버블’도 가상화폐와 함께 자주 언급된다. 튤립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귀족이나 신흥 부자가 소비했던 튤립에 투기 수요가 몰렸던 현상을 일컫는다. 튤립 가격이 1개월만에 50배나 뛰었지만 거래 실체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며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가 실물경제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튤립버블보다 더 빠르게 붕괴되리라는 우려도 내놨다.

최근에는 여론몰이로 시세를 조작하고 투자 차익을 챙기는 ‘작전세력’까지 등장했다.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단톡방을 홍보해 사람을 모은 뒤 “○○코인이 뜬다”는 헛소문을 퍼트리고 차익을 노리는 ‘꾼’들도 횡행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가상화폐가 통화나 금융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해 현행 자본시장법으로는 단속할 방법이 없다. 자본시장법은 시세 조종 대상을 상장 증권, 장내 파생상품, 또는 그 증권·파생상품의 기초가 되는 기초자산으로 한정한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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