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삼성중공업이 지난 6일 내년까지 대규모 적자전망과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시 전까지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던 애널리스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널리스트가 삼성중공업의 상황을 알고서도 고의로 긍정적 전망을 내놓아 일부 투자자의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장에서 삼성중공업은 전거래일 대비 1.31% 내린 7,5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중공업이 공시를 낸 6일 28.89% 하락세로 마감한 것을 비롯해, 5일 종가에 비해 이날까지 주가는 40.16%나 폭락했다.

이에 삼성중공업 담당 애널리스트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같은 삼성그룹에 속한 삼성증권은 지난달 29일 ‘투자자들이 선호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삼성중공업에 대해 “국내 조선사 중 해양 관련 매출 비중, 수주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업체고 유가와 해양구조물 시장 회복여부에 가장 민감한 종목”이라면서 ‘비중확대’를 주문했다. 삼성증권은 삼성중공업을 조선 업종 ‘최선호종목’(톱픽)으로도 꼽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메리츠종금증권은 “삼성중공업 리스크가 해소 중”이라면서 ‘매수’ 의견을 냈다.

이 같은 사실에 일부 투자자는 애널리스트들이 삼성중공업이 적자를 낼 걸 알면서도 고의로 우호적 전망을 내놓았거나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 중이다. 한마디로 삼성중공업 관계자가 주식을 미리 팔도록 도와줬거나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부정적 전망을 내놓지 못했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유진투자증권에이 대우조선해양 목표주가를 1,400원까지 내린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투자자와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의 반발로 이를 삭제했다. 또 지난해 3월 말 교보증권 한 애널리스트가 하나투어 목표주가를 대폭 내렸다가 기업탐방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은 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금융투자협회와 협의해 갈등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기업설명(IR)·조사분석 업무처리강령’을 제정했지만 애널리스트는 상장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외 증권사 47개의 보고서 매수의견 비중은 평균 75.3%에 달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측은 애널리스트가 지나치게 조선업종에 장밋빛 전망을 밝혀 투자자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투명하게 공시를 내놨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 결산이후 수시공시를 통해 의무적으로 하기 보다는 선제적으로 안 좋은 뉴스를 시장에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주가가 더 오르면 시장 충격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일단 공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주로 희생양이 되는 이전과는 달리 이달 들어 공시 전날인 5일까지 개인은 295억원 규모 삼성중공업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에 비해 외국인은 174억원을 사들였고, 기관도 387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절묘하게 개인투자자만 주가 하락 전에 발을 뺀 것이다.

그럼에도 애널리스트와 리서치센터의 ‘깜깜이 정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투협 자율규제본부 측은 사태 파악 이후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 검토하기로 했다.

오세정 금투협 자율규제본부장은 “기존에는 기업 갑질이 문제였는데, 지금은 지나치게 기업과 애널리스트 간 정보 격차가 커졌다는 새로운 이슈가 발생했다”면서 “정확히 사건을 파악한 후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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