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문재인 대통령의 첫 국빈 중국 방문에 시중은행장들이 함께 비행기에 오르면서 특별한 외출이 될 전망이다. 이들의 방문은 의미가 있다. 지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금융권 인사들이 대거 제외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부분의 국책은행장과 시중은행장이 포함됐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문 정부 들어 꾸준히 제기돼 왔던 ‘금융 홀대론’도 자연스럽게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드 불안감으로 영업 환경의 제약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허인 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 사진=각 사, 연합뉴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중국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금융권 인사는 허인 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 김도진 기업은행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등이다. 13일에 열리는 ‘메인 행사’인 한중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는 것이 주된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4일부터 16일까지의 일정은 재계 인사 관련 행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장들이 14일에는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은행장들의 주된 방문 목적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눈도장’이다. 은행장과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인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목적이라는 얘기다. 더욱 새로 선임된 은행장의 경우 중국 현지 사정을 확인할 수 있는 해외 무대 데뷔인 셈이다.

A은행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었으니 인사차 얼굴 한 번 보이고 싶을 것”이라며 “눈에 띄기는 어렵겠지만 누가 참석하는지 대통령이 명단은 확인할테니 눈도장만 찍을 수 있어도 성과가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일부 은행장의 경우 대통령과의 인사 외에도 중국 현지 법인과 지점에 들러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직원들을 독려하는 일정도 포함됐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내정자와 허인 국민은행장은 별도로 시간을 내서 가기보다 이번 방문에서 시간을 쪼개 중국 영업 상황을 돌아볼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방문이 지지부진했던 중국 사업의 물꼬를 다시 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부터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그림자가 금융권에도 드리울 것을 대비해 은행들은 중국 현지영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중국은 애초 외국계 은행이 정착하기가 쉬운 곳이 아닌데 사드 변수까지 생겨 큰 이익이 나지 않는 중국 시장을 확장하기보다 ‘유지’하는데 애써왔다.

실제로 은행들의 중국 현지법인 성적표는 이미 깃발을 꽂아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동남아와 비교했을 때 크게 뒤지는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약 29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0억원으로, 기업은행은 102억원에서 75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국민은행은 9,3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중국 내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KEB하나은행 중국 법인은 올 상반기 지난해 동기(123억원) 대비 59.5% 늘어난 1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81억원으로 지난해 실적을 상회했다. 그나마 실적이 늘어난 곳도 동남아 등에 비하면 미미하다.  

B은행 관계자는 “최근 중국 금융당국은 외국계 은행뿐만 아니라 자국 은행에도 감사를 강화하는 추세다”면서 “그나마 한국의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덜 심한 제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한 번 방문으로 영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계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이 중국 현지법인을 통한 영업에서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고 있지 못했지만 신규 진출하려는 은행이나 (중국으로의 진출을) 확대하려는 은행의 경우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신규 출점 부분에서 득을 볼 것이라는 얘기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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