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하루 몇 백만원씩 등락폭을 거듭하며 널 뛰는 가상화폐에 대해 정부가 고삐를 죄면서 은행들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정부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해 규제 강화 기조를 내비치자 은행권도 가상화폐 거래 차단에 나섰다. 일단 발 빠르게 대응한 은행들의 시선은 이제 정부와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할지로 옮겨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는 빗썸이나 코인원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입한 뒤 거래소에서 부여하는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된다. 이를 볼 때, 가상계좌를 폐쇄하는 것은 사실상 거래를 차단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 한 외국인이 비트코인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15일 열리는 '정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앞서 은행들에 가상통화 송금·거래와 관련한 현황파악을 지시했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투자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9월 관련 TF를 출범했다. 15일 회의에서 가상화폐 관련 규제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선제대응을 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월 말부터 코빗 등 3개 가상화폐 거래소에 제공해 오던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올해 안으로 거래하던 가상계좌는 연말까지 전부 해지토록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차세대시스템 구축 중이라 3개월 가량 소요되는 상기 전산개발이 어려워 부득이하게 올해 말까지만 해당계좌 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내년 2월 오픈 예정인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모든 전산 업무 역량이 여기에 집중된 상황이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고 가상화폐에 대한 당국의 지침이 정해지면 재개 여부 결정할 예정이다.

산업은행도 다음 달부터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운영 중인 계좌는 폐쇄한다. 기업은행도 현재 운영 중인 가상계좌 외에는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우에는 현재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거래소는 없다. 다만 두 은행 모두 최근 각 지점에 공문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로 의심되는 송금일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외국환 거래법에 따라 해외로 송금하려면 송금 목적을 정확하게 밝혀야 하는데,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라서 명확한 규정이 없고, 가상화폐 거래 관련 사유코드도 없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자금 출처를 고객이 얘기하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비트코인 관련 자금이라고 할 때는 주의를 하라’는 내용의 주의 공문을 내려보냈다”면서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아예 개설하지 않았고, 관련 이슈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가상계좌를 취급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해외 당발송금 같은 경우에는 목적을 기재하게 돼있는데 이를 유의해서 보라고 지난 7월과 9월 유의 문서를 내렸다”면서 “우리는 빗썸 유출사고 이후 지난 7월 말부터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빗썸은 지난 7월 회원 3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가상화폐 규제 급물살에 휩쓸려 사실상 중단은 했지만, 은행들은 일단 15일 TF에서 어떤 대안이 나올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정부에서 방침을 허용하는 쪽으로 정하면 시스템을 개발해서 제공하고 은행에서는 가상계좌를 운영하지 말라고 한다면 굳이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규제해도 되는지에 의문이 있지만 일단은 규제 등이 깔끔하게 정리된 뒤에 논의해 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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