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부터 6월 항쟁을 다룬 ‘1987’이 베일을 벗었다. 영화적 재미와 감동, 진심이 묻어난 배우들의 연기가 스크린을 메웠다.

영화 ‘1987’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장준환 감독이 참석했다.

메가폰을 잡은 장 감독은 기자간담회 시작과 동시에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런 걸 ‘자뻑’이라고 하냐”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장 감독은 “그 당시 피땀을 흘리시며 싸운 분들을 위해 만든 영화”라고 소개했다.

감독은 또 1987년과 2017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의 뜨거운 온도는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지만 87년이 없었다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는 발자국이 없었다면 아직도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시위했을 수도 있다”며 “우리 국민이 얼마나 위대하고 힘이 있는지 보여주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연쇄적으로 등장한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은폐하려는 박처장(김윤석)와 그의 오른팔 조반장(박희순) 이에 대적하는 최검사(하정우), 진실을 보도한 기자(이희준), 평범한 대학생 연희(김태리)를 비롯해 수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장 감독은 “모든 배우들이 스스로 참여했다. 모두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말했다.

묵직한 영화의 주제와 달리 하정우의 재치 있는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하정우는 “남영동 사람들이 딱딱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대항하는 캐릭터는 물렁물렁하게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대학생 연희 역을 맡아 평범한 소시민을 연기했다. 김태리는 “연희가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생전 처음 보는 전율에 가까운 함성소리와 숫자, 사람들의 얼굴을 봤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싶다”며 “우리는 진짜 광장에 모여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국민이라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걸 연희라는 인물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후반부 6월 항쟁의 장소는 시청이다. 이는 지난 해 촛불 시위와 맞물리며 진한 여운과 감동을 선사한다. 장 감독은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때를 그리고 싶었다. 모든 국민이 광장으로 뛰어나왔다. 그렇게 끓어오르기까지 밑에서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 가치와 의미를 기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6월 항쟁 30주년에 개봉하는 것에 대해 “촛불시위가 참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며 “1987년은 지금보다 훨씬 더 폭력적인 정권이었다. 1987년이 없었다면 아직도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시위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은 ‘1987’을 꼭 봐야 할 작품으로 꼽았다. 박희순은 “이 영화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와 마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해진은 아“픈 현대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희망을 담은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이희준 역시 “이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사진=OSEN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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