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김기덕 감독을 폭행 및 강요 혐으로 고소한 여배우 A씨가 억울한 심경을 호소했다.

A씨는 14일 오전 서울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기덕 감독에 대한 검찰의 약식기소 및 불기소 처분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A씨를 비롯해 김기덕 감독 공동대책위원회인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정슬아,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이명숙 변호사, 서혜진 변호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 남순아,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윤정주 씨가 참석했다.

A씨는 이날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블라인드 뒤에서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4년 만에 나타나 고소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은 고소 한 번 하는데 4년이나 걸린 사건”이라고 뒤늦게 사건을 공론화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건 직후 2개월 동안 거의 집 밖에도 못 나갈 정도로 심한 공포에 시달렸다. 잊으려 노력했다”며 “트라우마라는 것이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2013년 개봉한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뺨을 맞고, 시나리오에 없는 상대 남자 배우의 성기를 잡도록 강요당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며 김기덕 감독을 폭행과 강요, 강체추행치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후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김기덕 감독이 A씨의 빰을 세게 내리치며 폭행한 부분에 대한 혐의를 인정, 폭행죄로 벌금 5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그러나 A씨가 고소한 강요, 강제추행치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대책위는 이에 반발,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씨는 이날 2013년 3월 사건 발생 당시 김기덕 필름 관계자와 대화를 나눈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해당 녹취에는 A씨가 울며 공포심과 모멸감을 호소했고, 김기덕 필름 관계자가 “감독님이 심하시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포함됐다.

A씨는 김 감독이 주장하는 촬영장 무단이탈에 대해 “나와 촬영 중단을 결정한 건 감독이다. 무책임하게 촬영장 무단이탈을 하지 않았다”며 “정말 비참하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명성도 권력도 없는 사회적 약자다. 사건의 후유증으로 배우 일도 접었다”고 반박하며 눈물을 흘렸다.

또 “김기덕 필름 측은 여배우가 잠적했다는 거짓을 유포했다”면서 “사건이 공론화 된 후 악플에 시달렸다. 협박에 가까운 글을 남긴 누리꾼 가운데서는 김기덕 감독과 인연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다시 한 번만 사건의 증거를 살펴보고 억울함을 풀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현재 미국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미투캠페인 바람이 불고 있다. A씨는 “미투 캠페인에는 세계적인 배우들이 굉장히 많이 앞장섰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나처럼 힘없는 배우가 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걸 계기로 해서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길 바란다. 시스템도 잘 갖춰졌으면 한다”고 했다.

사진=OSEN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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