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세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경제에 미칠 타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은 1,400조원에 육박한 국내 가계부채가 걱정이다. 내년 한미 금리수준이 역전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자본이탈이 우려된다.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약세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13일(현지시간) 예상대로 금리를 0.25%P 인상해 기존 1.00~1.25%에서 1.25%~1.50%로 올렸다. 올해 3월과 6월에 이은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인상이다. 이번 인상으로 한미 양국 금리가 다시 같은 수준이 됐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먼저 걱정할 부분은 1,400조원을 육박한 가계의 이자부담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달 30일 6년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0.25%P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라서 앞으로는 ‘속도’의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연준의 통화정책 현실화 영향이 가세할 경우 가계부채 부실의 '풍선효과'에 우려가 크다. 금리인상은 특히 전체 부채 보유가구 중 12%에 달하는 위험가구 중심으로 연체를 늘릴 가능성이 크고,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3차례 올릴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어 앞으로 국내 대출금리의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신용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1,419조1,000억원이다. 여기에 10월 금융권 전반의 가계대출 증가액 9조9,000억원과 11월 10조1,000억원을 더하면 1,450조원에 육박한다. 이렇게 가계빚 증가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대출금리 상승세에 속도가 붙을 경우 한국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위험이 있다.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위험가구를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나는 것이 더 문제다. 가계부채 부실화가 속도를 내면서 실물시장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미국 등 국제금융시장 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3~4번 더 올린다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세는 가팔라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는 양국 정책금리가 역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자본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은 내년에 2∼4회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우세하다. 연준 위원들의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는 3회 인상이 유지됐다. 한국은 내년에 1∼2회 올려서 연말에 연 1.75∼2.00%가 될 것이라는게 시장의 관측이다. 한미 양국 금리가 다시 같은 수준이 된 상황에서 금리인상 속도가 다르면 내년에는 미국 기준금리가 한은 기준금리보다 높은 ‘역전현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양국 정책금리가 역전된다면 2007년 이래 11년 만에 처음이다.

금리역전 현상은 신흥국인 한국으로서는 금융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급격한 자본유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가 크고 신인도도 높은 국가의 금리가 더 높다면 자본의 선호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금리인상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근까지 달러는 계속 약세였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미국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8% 넘게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며 달러를 사두려는 개인이 늘면서 지난달 외화예금이 처음으로 80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 올렸으니 달러 강세고 원·달러환율 상승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쪽만 보는 것”이라며 “환율이라는 것이 다른 통화대비 다른 통화의 가치이므로 양국을 같이 봐야한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글로벌 상황을 보면 한국과 중국 같은 신흥국의 성장세가 굉장히 빠르다. 때문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했다고 원·달러 환율이 바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간의 성장 모멘텀의 차이인데, 최근 성장 모멘텀을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큰 폭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미국이 감세안을 크게 함에 따라 향후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재정이 안 좋아지면 달러는 약세로 가게 돼있다”면서 “미국 금융규제 완화안으로 은행의 달러화 유동성이 쉽게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흔해지는 통화는 가격이 떨어지니까 달러는 약세를 보일 것이고, 원·달러 환율도 장기적으로 하락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주춤했던 달러화 강세에 잠시 가속이 붙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내년 1분기까지는 달러 강세를 보이다가 그 이후에 약세로 돌아설 듯하다”며 “그 이후 미국이 재정적 부담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약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내년 하반기에는 통화완화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텐데 유로화 강세는 달러 약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서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