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수마 메니피. 한국마사회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신화섭] 경마계에는 황금을 넘어 ‘다이아몬드’ 수준의 가치를 창출하는 특별한 말(馬)들이 있다. 바로 우수한 품종을 후대로 보내는 역할을 맡은 ‘씨수마’다.

◇모든 경주마의 아버지 말, 씨수마

‘씨수마’는 극소수다. 미국의 경우 매년 생산되는 4만 마리의 경주마 중 1%인 400마리 정도가 씨수마로 활동하게 된다. 현역 시절 화려한 성적을 냈거나 놀라운 신체 능력을 보유했던 말들이 은퇴와 동시에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가입하는 일종의 ‘센추리 클럽’이라 할 수 있다.

승용마는 대부분 인공수정을 하지만 경주마는 직접 교배를 원칙으로 한다. 인공수정을 통해서는 인위적으로 좋은 유전자를 배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주마’ 생산의 공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씨수마의 몸값을 정하는 정형화된 공식은 없지만 씨수마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추산할 수는 있다. 우선, 씨수마가 평균적으로 1년에 150회 정도 교배를 하므로 1회당 교배료에 150을 곱한다. 여기에 씨수마가 대개 5년 정도 활동한다고 보고 다시 5을 곱하면 금액이 나온다. 이에 따르면 미국 ‘태핏’의 몸값은 2,550억원에 달한다.

한국에도 약 100마리 정도의 씨수마가 활동하고 있다. 그 중 ‘메니피’는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여준 씨수마로 한국 경마 산업 규모에 비해 엄청난 몸값을 갖고 있다. 메니피와 교배 경쟁률은 평균 4대1로 높다. 메니피의 교배 비용은 무상이지만 만약 돈을 받는다면 암말당 3,000만~5,000만 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3만 달러(3,400만원)라 쳐도 위 공식대로라면 ‘메니피’의 몸값은 255억원으로 계산된다.

◇한국 경마 역대 최고의 씨수마 ‘메니피’

한국경마의 질적 향상을 위해 2006년 한국으로 온 ‘메니피’는 전설적인 씨수마 ‘스톰캣’의 직계혈통이다. 2014년에는 메니피의 혈통을 이어 받은 말들 중 131두가 경주에 출전했고, 그 중 67마리가 총 107승을 거두었다. 출전횟수당 평균상금이 923만 원, 출주 말 한 마리당 평균상금은 5,290만 원에 이를 정도다. 한국 경마계 역대 최고의 씨수마 성적이다.

이처럼 뛰어난 능력을 갖춘 메니피를 모든 농가에 한 번씩 교배 지원을 하면 좋겠지만 메니피는 1996년생, 올해 21세로 노년기에 접어든 나이다. 게다가 현재 심장이 좋지 않아 약까지 복용하다 보니, 많은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는 암말 60마리와 교배가 예정돼 있다.

건강한 씨수말은 1일 3회 이상 많게는 100여 마리와 교배가 가능하지만, 메니피는 1일 2회로 제한하고 있다. 박상대 장수목장장은 “고령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고려해 메니피의 정액을 냉동 상태로 영구 보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니피를 보호하라 ’한 달에 1,000만원’

그렇다면 ‘귀하신 몸’ 메니피의 생활은 어떨까. ‘메니피’가 사는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은 ‘마방(馬房)’의 품격부터 다르다. 일반 경주마 마방이 시멘트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메니피’가 생활하게 될 마방은 최고급 원목으로 치장됐으며 크기도 7~8평 정도로 일반 경주마 마방보다 두 배정도 크다.

이 특별한 씨수마를 관리하기 위해 말 관리 경력 20년이 넘는 씨수마 전담 관리사들이 24시간 보호를 하고 전담 수의사가 한 달에 두 번 건강 체크를 하는 등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오전·오후에는 1시간씩 러닝 머신을 뛰며 교배 시즌을 대비해 몸 만들기에 돌입하고 일 년에 두 번 정기 종합검진을 받게 된다.

‘메니피’의 식사 또한 남다르다. 한 끼에 홍삼, 마늘, 비타민, 오메가3 등 몸에 좋다는 건 전부 들어가 있다. 간식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산 토끼풀을 압축해 만든 '알파파'라는 간식은 전량 수입품으로 밥값 만큼이나 비싸다. 때문에 관리비를 포함해 ‘메니피’ 한 마리에만 한 달에 1,0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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