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 궐련형 전자담배/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 이성봉]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 1위인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에서 일반 담배의 최대 82%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빌립모리스의 주장과 정반대 되는 결과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담뱃갑 경고그림 시행 1주년 기념 담배규제 정책포럼'에 참가한 오렐리 베르뎃 스위스 산업보건연구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사전간담회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발표문을 통해 아이코스 배출성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액체로 된 기존 전자담배와 달리, 연초 고형물을 고열로 가열해 증기를 흡입하는 형태다. 일명 찐 담배라고도 불린다. 손에 담배가 직접 닿지 않고 유해 물질이 비교적 적다는 이유로 많은 흡연자에게 인기이다. 아이코스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선두를 차지하는 제품으로, 지난 6월 출시돼 누적판매량이 200만 개를 넘어섰다.

아이코스 제조사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증기에 든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보다 평균 90% 적다고 홍보해왔다.

그런데 오렐리 베르뎃 연구원은 최근 연구 결과, 아이코스에서 일반 담배의 최대 82%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스위스 산업보건연구소 연구진이 아이코스 연기에 든 잠재적 독성 화합물을 분석했더니,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일반 담에서 나오는 양의 74%, 아크롤레인은 82% 수준으로 배출됐다. 이외에도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과 크로톤알데히드·벤즈안트라센 등의 유해물질도 검출됐다.

오렐리 베르뎃 연구원에 따르면, 아이코스의 화합물 농도가 일반 담배보다 낮긴 하지만 유해물질 농도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필립모리스는 입장문을 통해 “오렐리 베르뎃 연구원은 국제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자체적으로 제작한 실험 장비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직접 밝힌 바 있다”며 “이들 연구팀은 물질을 특정해 분석하는 '질량분석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립모리스는 지금까지 제약업계가 해온 연구 과정과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지침에 기반해 연구를 해왔다”며 “독립적이고 공인된 연구기관들이 목적에 부합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연구 방법 및 장비를 사용 연구 결론을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날 포럼에 참석한 커스틴 쇼트 WHO 만성질환예방부 박사는 “과학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방법은 담배업계에서 50년 간 써왔던 전략”이라며 “1급 발암물질 노출은 특정 한계선이 없어 무조건 유해해 해롭지 않다는 담배회사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성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이사(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역시 “담배회사는 끊임없이 과학적 근거를 이야기 하겠다면서 학자들을 불러 연구결과를 토론해 본 적 없다”며 “언론을 통해 자기들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라고 힐난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필립모리스는 자사의 제품에 대한 독립적인 연구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고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학적 대화나 대화, 토론 등의 제안을 언제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늘(15일)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스틱 '히츠'의 소비자 가격을 오는 20일부터 현행 갑당 43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가격 인상을 위한 담배 판매가격 변경 신고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개별소비세가 지난달 인상됐고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의 인상을 앞두고 제조사의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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