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국세청이 가상화폐 과세 논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가운데 과세 방안은 우선 글로벌 흐름에 따라 봉합될 예정이다. 가상화폐가 금융으로 정의되지 않은 만큼 가능한 한도에서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과 같이 소득세와 양도소득세는 걷되 부가가치세는 받지 않는 안이 유력하다.

국세청이 가상화폐 과세 TF를 구성해 양도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적용할 수 있을 지 검토하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블록체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가상화폐 과세 태스크포스(TF)가 곧 출범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거래에 세금을 매길지, 매긴다면 어떤 항목으로 묶을 지를 검토하고 관련법 개정까지 논의될 예정이다.

국세청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와 이달 5일 관련 포럼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도 있다”는 기본 원칙을 내세워왔지만 정작 가상화폐 거래 과세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우선 가상화폐를 무엇으로 정의할 지에 따라 과세 항목과 폭이 달라진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정작 가상화폐가 무엇인지는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만약 자산으로 분류된다면 최대 42%까지 양도세를 물릴 수 있다.

부가가치세를 매긴다면 이중과세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가상화폐로 물건을 사고팔 때 ‘법정통화→가상화폐 환전→소비재 구매→판매자의 가상화폐 환전’의 단계에서 환전을 두 차례 거쳐야 한다. 이때 소비자와 판매자 각각 부가가치세가 발생하는 이중과세 문제가 남는다.

양도세도 ‘익명성’의 벽을 넘어야 한다. 가상화폐는 거래기록을 사용자 모두의 컴퓨터에 분산 저장한다. 중앙통제식 금융과 달리 현재로서는 누가 가상화폐를 얼마나, 누구와 거래 했는지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국세청은 가상화폐를 먼저 받아들이고 과세한 국제 기준에 비춰 개정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처럼 소득•법인세와 양도소득세는 부과하되 부가가치세는 매기지 않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들 국가는 가상화폐 거래에 따른 차익에는 과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국 국세청은 2014년부터 가상화폐를 자본자산으로 인정해 매매차익의 20%까지를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로 걷는다. 일본도 같은 해부터 매매차익에 따른 이득에는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 독일도 양도소득세를 받는다.

가상화폐 부가가치세는 매기지 않는 국가가 다수다. 미국과 영국, 일본은 처음부터 이중과세 논란을 인정하고 부가가치세를 제외했다. 당초 부가가치세를 걷기로 했던 독일과 호주도 부과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조를 바꿨다.

국내 전문가들도 매매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지난 5일 국세청 자문기구인 국세행정개혁위원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2017년 국세행정포럼’에서 김병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개인이 단순 투자 목적으로 가상화폐를 사고팔아 매매차익을 거뒀다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법무법인 충청이 개최한 '가상화폐에 대한 각국의 규제 현황 및 전망' 세미나에서 안찬식 변호사는 “해외 주요 국가들이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추세로, 우리나라에서도 가상화폐 거래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려면 관련 세법의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상화폐 거래업계는 가상화폐 거래가 양지화되는 조건의 과세를 찬성하고 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금융당국은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겠다고 하는데 국세청은 자산이나 금융상품으로 과세하겠다고 하면 시스템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며 “정확한 세원 집계를 위해서도 중장기적으로 건전한 시장을 육성하면서 과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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