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태블릿과 노트북을 구분하는 일이 무의미해질지도 모르겠다. 각기 다른 장르에 머물던 두 제품군이 한없이 서로를 닮아가고 있기 때문. 사람들이 자신에게 없는 장점을 가진 사람을 동경하는 것처럼, 이 제품군도 서로에게 없는 장점을 흡수하며 닮은꼴이 되어가고 있다.

먼저, 태블릿의 변화를 살펴보자. 사실 PC 시장을 잡아먹을 듯이 성장하던 태블릿 시장은 이미 성장세가 한풀 꺾인 참이다. 스마트폰의 대형화 트렌드도 한 몫 했겠지만, 기능적인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태블릿은 휴대성을 강조한 모바일 기기다. 어디든 가볍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매력을 가졌지만, 문서작성이나 고사양 작업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태블릿은 여러 변화를 받아들였다. CPU 성능을 높이고, 탈착이 가능한 키보드를 탑재하는 등 노트북의 영역을 넘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여러 제품이 출시됐다. 삼성전자의 ‘아티브탭3’, 레노버의 ‘요가 태블릿2 프로’, LG전자의 ‘탭북 듀오’ 등이 대표적인 예다. 모두 키보드와 결합한 형태의 2 in 1 제품으로 터치 스크린과 키보드 조작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본래의 휴대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사용성을 확장하는 것이 목적. 노트북 모드와 태블릿 모드를 번갈아 사용할 수 있으니, 한 개를 사고 두 개를 얻은 듯한 만족감을 준다. 키보드와 결합한 상태에서 보면 영락없는 일반 노트북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이 경우엔 무게도 노트북과 비슷해진다는 것이다.

이번엔 반대로 노트북의 변화를 볼 차례다. 애플은 최근 ‘새로운 맥북’을 공개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놀라운 두께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무게는 고작 920g로 이전까지의 어떤 맥북보다 가볍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휴대성이다. 사실, 이런 1kg 미만의 노트북이 맥북만 있는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그램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의 제품으로 1kg 미만 노트북 시장을 이끌어 왔다. 14인치의 넉넉한 화면에도 불구하고 980g의 놀라운 무게를 자랑하는 ‘LG 그램 14’는 노트북의 사용성과 휴대성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삼성전자 역시 ‘노트북9 2015 에디션’으로 초경량 노트북 시장에 도전한 참이다. 노트북9의 무게는 고작 950g이다. 이처럼 굵직한 제조사에서 1kg 미만의 노트북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의 호응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양 대비 높은 가격에 출시했다는 점만 제외하면 태블릿에 준하는 휴대성을 가지고, 태블릿 이상의 작업을 할 수 있으니 매력적인 제품이다.

태블릿과 노트북은 엄연히 다른 카테고리에 속하는 제품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활용도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한 쪽만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비교적 저렴하지만 성능에 한계가 있는 2 in 1 태블릿과 성능을 보장하는 대신 많은 지출을 감안해야 하는 초경량 노트북 사이에서 어떤 제품을 선택할 것인가? 여기서부터는 소비자의 몫이다. 태블릿 시장이 점점 더 날씬해지는 노트북과 점점 더 커지는 스마트폰에 치여 갈 곳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고, 태블릿이 점차 진화해 노트북을 대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혹은 두 제품군의 장점을 합친 새로운 카테고리가 무사히 정착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저 휴대성과 성능을 모두 잡은 새로운 제품의 탄생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볼 일이다.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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