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올 한해 보험업계는 반기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상반기는 자살보험금으로, 하반기에는 실손보험료 인하로 난타전을 치렀다. 내적으로는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내년 초 CEO 교체 ‘도미노’를 앞두고 준비에 분주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자살보험금에 고개꺾인 보험업계, 실손보험료 인하에 “기 죽네”

3년을 넘게 끌어오던 자살보험금 논란은 교보생명 1개월 영업정지, 삼성·한화생명 기관경고의 제재를 남기고 지난 5월 일단락됐다.

징계를 받은 보험사들은 고객이 책임개시일 2년 이후 자살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약관에 써놓고는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당국과 오랜 진통을 겪었다. 김창수(삼성생명)·차남규(한화생명)·신창재(교보생명) 대표이사는 모두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아 자리를 지켰다.

장미대선의 여파로 서민금융이 키워드로 급부상하면서 실손보험료 인하도 고개를 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실손보험료 실질 인하효과를 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간 민간보험에서 책임지던 비급여를 2022년까지 공적보험인 국민건강보험에 포함하기로 했다. 비급여란 건강보험이 비용을 부담하는 급여 대상이 아닌 항목이다.

실손의료보험의 올해 3월 말 기준 계약건수는 3,355만 건으로, 보험료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1.3% 인상됐다.

보험개발원은 내년에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10% 내외로 인상할 요인이 있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내년 실손의료보험료 보험료 책정 시 올해 실시한 감리결과가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등 보험료 인상 폭 축소와 인하도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0일 현행 35%인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조정폭을 25%로 축소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자본확충 “바쁘다 바빠”…수장 13인 임기 줄줄이 만료

보험업계의 2017년 최대 화두는 IFRS17이었다. 대규모 자본확충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대형사와 중소사의 운명이 갈렸고, 구조조정과 지점효율화 등 보험업계의 생태계도 바뀌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RBC(K-ICS)가 2021년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이 선제적 자본확충에 뛰어들었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이렇게 보험 부채가 급증하면 지급여력(RBC)비율도 하락한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낮을수록 보험사의 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다.

보험사들은 올 한해 4조4,000억이 넘는 자금조달을 단행했다. 모기업에 도움을 청한 현대라이프와 ABL생명을 더하면 4,000억원가량이 더 늘어난다.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 유상증자 등이 자본확충의 도구로 쓰였다. 한화생명(5,000억원), 흥국생명(350억원), 한화손보(300억원), 현대라이프(400억원), DB생명(300억원) 등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교보생명은 업계 최초로 5억달러(한화 약 5,67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흥국생명도 같은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치렀다.

NH농협생명과 현대해상은 후순위채 5,000억원씩을 발행했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에서 각각 5,283억원과 2,18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을 진행했다.

수장 교체에 따른 기대와 혼란도 보험업계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3월까지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 14인의 임기가 연달아 만료된다.

보험업계가 올 한해 실적에 따라 수장 연임과 교체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손보업계 대표들의 연임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좌측 상단부터)양종희 KB손보 사장과 김현수 롯데손보 사장, 김정남 DB손보 사장, 박윤식 한화손보 사장과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사진=각 사 제공

손보업계 수장들은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손보 상위 5개사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5,4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1조9,722억원에 비해 29.2% 상승했다.

이윤배 NH농협손해보험 사장(1월),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김현수 롯데손해보험 사장·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3월) 등 6인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생보업계에서는 새로운 얼굴이 여럿 등장할 예정이다.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과 신용길 KB생명 사장(12월)이 올해, 내년 상반기 오익환 DGB생명 사장(1월), 안양수 KDB생명 사장·권오훈 하나생명 사장·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부사장·하만덕 PCA생명 부회장·구한서 동양생명 사장(3월)의 임기가 끝난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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