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한국 영화계에서 판타지는 그야말로 생소한 장르였다. 여럿 감독들이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판타지 블록버스터를 내놓은 바 있으나 할리우드와는 비교 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신과 함께-죄와 벌’(신과 함께)은 박수 받을 만한 한국 판타지다. 화려한 CG로 시각 구현에 공을 들이며 한국 판타지영화의 가능성을 알렸다.

‘신과 함께’는 한국의 시각적인 특수효과(VFX)를 개척한 덱스터 스튜디오의 수장 김용화 감독이 만든 영화다. 1편, 2편이 동시에 촬영됐으며 총 제작비 350억 원을 자랑하는 대규모 판타지 블록버스터다.

영화는 저승 법에 따라 사후 49일 동안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받게 된 김자홍(차태현)을 저승차사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이 변호와 경호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7개의 지옥과 재판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화려한 특수효과가 돋보인다. 강림과 해원맥이 김자홍을 보호하며 악귀들을 때려잡는 장면이나 광활한 폭포와 사막 등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종전의 한국 판타지 영화가 구현하지 못한 것들을 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볼거리가 주는 오락적 재미에는 흠 잡을 데가 없다.

영화를 구성하는 전체적인 틀은 한국형 휴머니즘에 가깝다. “영화를 통해 자신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김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인간의 양심과 도덕성, 갈등, 화해, 부모 자식 간의 사랑 등을 다룬다. 특히 영화의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조된 자홍 어머니의 애달픈 모성애는 지극히 신파적이다. 자홍이 원작과 달리 평범한 회사원이 아닌 수십 명의 목숨을 구한 소방관 캐릭터로 바뀐 것만 봐도 영화적인 감동 스토리에 중점을 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굉장히 단순하고 친숙한 정서로 만들어진 스토리가 진부함을 자아낸다. 화려한 CG로 시선을 사로잡았음에도 한국영화의 전형적인 틀은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는 원작의 큰 틀만 가져왔을 뿐 전체적인 캐릭터의 구성과 흐름에도 변화를 줬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은 진기한 캐릭터의 부재다. 원작 팬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김자홍의 지옥 세상에서 큰 도움을 주는 인물이지만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김자홍의 성격을 강림에 입혔다. 하정우는 강림과 진기한의 역할을 모두 표현하며 ‘멋짐’을 독차지한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 만큼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하정우의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위트 있는 연기는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다. 차태현은 특유의 친숙한 연기로 극을 부담없이 이끌고, 주지훈은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하정우와 티격태격한 케미를 보여준다. 특히 자홍의 동생 수홍 역을 맡은 김동욱의 연기가 놀랍다. 폭발적인 감정 연기로 극의 몰입감을 부여한다. 비록 짧은 분량이지만 관심 병사 역을 맡은 도경수 역시 기존에 펼친 적 없는 연기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2편에서 성주신으로 등장하는 마동석이 깜짝 등장해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한다. 러닝타임 139분. 12세 관람가.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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