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장항준 감독이 영화 ‘기억의 밤’으로 9년 만에 관객을 찾았다. 그 동안 아내 김은희 작가와 드라마 ‘싸인’(2010년)을 공동 집필, ‘드라마의 제왕’(2012년)의 극본을 맡으며 주로 안방극장에서 활약했다. 실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장 감독은 ‘기억의 밤’에 많은 것을 쏟아 부었다. 하우스 공포물을 표방한 추적 스릴러에 영화의 배경으로 IMF를 설정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비극과 사회적 문제까지 지적했다.

-영화 초반은 하우스 공포물 같은 느낌이 든다.

“진석(강하늘)의 가족에게 시선이 안 가기를 바랐다.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클리셰를 맥거핀으로 이용했다. 예전보다 미스터리나 스릴러물이 많아지면서 관객들이 영리해지지 않았나. 새로운 영화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흐름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작은 방 역시 그렇게 공포감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기존의 스릴러들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다.

“보통의 스릴러들은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고 하지 않나. 이 영화는 정통 스릴러라고 보긴 힘든 것 같다. 그 동안 정통스릴러는 많지 않았나. 너무 극적인가. (웃음) 그래도 마지막에 에필로그를 넣음으로써 진석과 유석(김무열)의 가장 행복했던 때를 보여주고자 했다.”

-결국 사회의 부조리로 희생된 두 남자의 이야기인 것 같다.

“IMF는 가족 해체가 급속히 이뤄진 때다. 사실 그 당시 제대로 산 사람들이 많지 않다. 아이를 친척 집에 맡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허다했다. 그만큼 사회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시대였다.”

-강하늘과 김무열은 어떤 배우였나.

“‘동주’를 보고 강하늘과 꼭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처럼 인지도가 높을 때도 아니었다.(웃음) 김무열은 ‘은교’를 통해 이중성을 보게 됐는데 모범생인 것 같은데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는 배우다. 다른 배우는 가지지 못한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것 같다.”

-강하늘의 특수분장은 어색한 감이 없지 않다.

“40대로 분장했는데 안 어색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사실 진석의 나이가 40대인 것에 놀라야 하는데 그러려면 머리 숱이라도 적어져야 나이가 더 들어 보이긴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감정 연기도 해야 하니 그 와중에 머리숱을 적게 표현할 수는 없었다.”

-진석과 유석의 트라 우마를 다룬 영화이기도 한데 실제 트라우마가 있나.

“트라우마는 없다.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웃음) 물론 내게 없는 걸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성격이 워낙 웃긴 편이라 스릴러물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김은희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나.

“그냥 술을 많이 마신다.(웃음) 아이템이 있으면 아내가 제일 먼저 얘기한다. 아이템 나오면 먼저 애기한다. 사실 서로에게 제 3자가 아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게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작품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 아내가 ‘시그널’을 집필할 당시 무전기를 뺄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절대 빼지 말라고 했다.”

-MBC ‘무한도전’ 출연 후 인기가 부쩍 늘었다던데.

“동네병원 선생님도 10년 넘게 아는 척 안 하다가 팬이라고 고백했다.(웃음) ‘무한도전’ 영향이 엄청난 것 같다. 아내는 ‘시그널’의 영향이 있고. 아이의 친구들도 사인을 받겠다고 달려들더라.”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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