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로드맵] ‘신과 함께’ 판타지의 세계 속에서도 살아 숨 쉬는 가족애
[권상희의 컬쳐 로드맵] ‘신과 함께’ 판타지의 세계 속에서도 살아 숨 쉬는 가족애
  • 편집자
  • 승인 2017.12.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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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소외돼 버린 이름, 가족 그 안에는 으레 그러려니 하시는 슬픈 표정의 엄마가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엄마 생각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고 급기야 영화말미에는 그동안 제대로 쏟아내지 못한 카타르시스의 총량을 눈물로 아낌없이 토해내고야 말았다.

사람 많은 곳은 싫다고 하시면서 손사래 치시는 엄마를 모시고 다시 한 번 극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음에 싫다는 표현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 엄마, ‘그동안 참 무심한 딸이었구나, 나란 사람…’ 영화가 주는 잔상이 강해서일까 엄마를 모시고 극장에 가는 내내 이런 자책감 뿐 이었다.

‘신과 함께- 죄와벌’은 영화가 왜 시각예술인지를 극명하게 구현해낸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국영화에서는 그동안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그래서 기대불가였던 판타지 장르에 과감히 도전함으로서 장르적 가능성을 백퍼센트 이상 실현해내며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킨다. 순간순간 동공이 확대되고, 입이 벌어지는 걸 어찌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 토종 기술인 시각적 특수효과(VFX)로 이뤄낸 비주얼에 감탄을 넘어 경의를 표한다.

저승이란 곳을 상상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승에서의 삶이 아무리 신물 날만큼 고되고 힘들어도 죽음 너머의 세상을 떠올려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상상해보지 못했던 공간을 영화는 마음껏 그려내고 관객을 몰입시킨다.

기술의 세련됨은 내러티브가 주는 우리 고유의 정서를 이질감 없이 끌어안는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자홍(차태현)이란 캐릭터가 보여주는 삶의 궤적들은 근래에 찾아보기 힘든 선하고 성실한 청년의 모습이다. 7번의 지옥 재판을 통해 하나 둘 벗겨지는 그의 과거는 눈물 나도록 아프다.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자신도 모자라 억울한 죽음을 당해 원귀가 돼버린 그의 동생 수홍(김동욱)까지 삶의 내상은 끝이 없다. 아니, 죽음의 내상까지 그를 괴롭힌다.

하지만 엄마를 향한 통한의 눈물이 결국 자홍을 환생으로, 수홍을 복수가 아닌 용서로 인도한다. 엄마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강력한 연결고리다. 그로 인해 관객들의 이성의 눈은 감성으로 채널을 자연스레 변경하고 만다. 엄마는, 그 엄마를 부르짖는 자식의 시린 외침은 그 자체로 눈물일 수밖에 없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누군가는 이를 뻔한 신파라고 한다. 그러나 ‘가족애와 용서’란 이름은 그렇게 뻔하지 않다. 사실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 그 가치를 얼마나 자주 망각하는가. 너무 가까워서 조망권이 인정되지 않는 관계이기에 가족은 때로 쉽게 잊혀지고,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아 용서는 쉽게 할 수가 없다. ‘권선징악’이란 사자성어는 어느새 사라져버린 고어(古語)가 된 것 같다.

영화는 스펙터클한 광경에 묵직한 울림을 더한다. 가족애와 용서는 살아있는 최고의 선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권선징악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2017년, ‘신과 함께- 죄와벌’을 통해 한국 영화 기술발전의 위대함을 목격하면서 이 근원적인 가치체계가 우리가 사는 이곳의 불변의 진리가 되길 묵도(默禱)한다.

극장을 나서는 엄마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다. 살며시 손을 잡아본다.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