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한국영화들이 연말 극장가에서 3파전을 펼치고 있다. ‘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신과 함께)과 개봉을 앞둔 ‘1987’의 이야기다. 세 편 모두 15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자 관객의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2017년 한 해 외화의 강세에 밀려 한국영화가 좀처럼 맥을 못 춘 만큼 세 편의 개봉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특히 지난 20일 개봉한 ‘신과 함께’는 7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매우 빠른 흥행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인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무려 24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예매율 역시 폭발적이다. 50%의 예매율을 자랑하며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고 있다. 이 같은 흥행 속도라면 무리 없이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첫 천만영화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신과 함께’가 관객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보니 지난 14일 개봉한 ‘강철비’의 흥행 속도는 더뎌졌다. 지난 20일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과시했던 ‘강철비’의 누적 관객 수는 356만2,774명이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32만8,270명의 일일 관객을 동원했다. 같은 날 ‘신과 함께’는 121만 394명의 선택을 받았다. 해당 영화 배급사들이 홍보 문구로 ‘쌍끌이 흥행’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지만 사실상 ‘강철비’는 ‘신과 함께’의 기세에 눌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커진 ‘판’에 한적했던 극장이 활기를 띤 것은 분명하나 한 작품에만 관객이 쏠리는 현상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감독은 “다 좋은 작품들인데 배급사들이 서로 경쟁을 하면서 개봉 시기를 양보하지 않다 보니 세 작품의 개봉일이 모두 비슷해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투자배급사들의 과열된 경쟁 때문에 이러한 흥행 구도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말 3파전의 마지막 주자로는 CJ E&M의 ‘1987’이 있다. 27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87년 고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6월 항쟁까지 다룬 작품이다. 워낙 민감한 소재인데다 지난해 광화문 촛불집회와도 맞물리는 메시지로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 영화다.

세 편 모두 각기 다른 특색과 영화적인 감동과 재미를 지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쌍끌이 흥행’이라는 보기 좋은 명목 하에 서로의 흥행 걸림돌이 되는 현상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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