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팀. 왼쪽부터 주귀남 감독, 권순호 선수, 이승준 선수, 이지홍 선수. 사진=이상엽 기자

[경기취재본부 이상엽] 운동선수의 꿈은 국가대표다. 최고의 대회서 나라를 대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수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다.

물론 비인기스포츠 종목의 국가대표들은 인기 종목의 선수들과 다르게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가슴에 달린 태극마크의 무게감과 자부심은 대중의 관심 여부를 떠나 인기스포츠의 국가대표들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태극마크를 통해 자신들의 종목을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해진다.

이천시청 소속 트래이애슬론팀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는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간 노력을 바탕으로 인기스포츠로의 발전에 초석을 마련했다. 이제는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은 트라이애슬론 강국과 최고의 인기스포츠’를 만들고자 담금질을 시작한 주귀남(47) 이천시청 감독과 이지홍(24), 이승준(21), 권순호(19) 선수를 만났다.

 - 사람들은 트라이애슬론을 철인3종 경기로 알려져 있다. 이 종목을 하게 된 이유와 이천시청에 팀이 창설된 계기는.

주귀남 감독(이하 주 감독)= “트라이애슬론은 3가지 종목이 결합됐다. 육상(달리기), 수영, 사이클이다. 육상은 10km, 수영은 1,500m, 사이클 40km이다. 철인3종이란 말은 아무래도 종목도 많고 극한 운동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외국에서는 극한 운동으로 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 트라이애슬론이 처음 도입될 때부터 한 것은 아니었다. 나의 원래 종목은 육상이었다. 도입 후 2-3년이 지난 후에 주위에서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해왔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1주일이 지나니 다른 종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후 선수를 거쳐 현재 감독까지 오게 됐다.

이천시정 트라이애슬론팀이 창설된 것은 2008년이다. 당시 이천시청에서 팀을 창단한다고 해서 여러 사람을 물색했던 것 같은데, 나를 좋게 보셨는지 추천이 와서 초창기 때부터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지홍 선수(이하 이지홍)= “처음 종목은 수영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이 종목으로 전향을 하게 됐다. 아버지가 육상 선수 출신이셨는데, 그 피를 좀 받은 것 같다. 당시 수영 감독님이 달리기도 소질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근대 5종과 트라이애슬론 종목으로의 전향을 권유하셨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비전을 보고 이 종목을 선택하게 됐다."

이승준 선수(이하 이승준)= “수영과 수구를 하다가 전향했다. 수영 종목으로 잘 안 풀려서 수구로 넘어갔다. 수구는 곧잘 했는데 워낙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까 대학 진학에 어려움이 있었다. 수구 코치님께서 트라이애슬론을 권유했고, 성인이 돼서도 운동을 하고 싶어 선택했다.”

권순호 선수(이하 권순호)= “애초 계획은 고등학교 때 수영으로 메달을 목에 걸어 진학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 열심히 했지만, 아쉽게 4위를 해 입상에 실패했다. 운동을 계속 하고 싶기도 했고, 마침 전향 권유를 받아서 이곳에 오게 됐다.”

-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육상 같은 단일 종목과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은데.

이지홍= “고1 때 전향하자마자 주니어 대표가 됐다. 수영 선수로서는 못해본 것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수영은 단일 종목이니 훈련도 반복이다. 트라이애슬론은 3가지 종목을 해야 하니까 매력이 있다. 완주를 하고 나면 뿌듯함이 있다”

이승준= “처음에는 재미가 있었다. 시합 때 성적은 좋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운동을 하면서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느껴봐서 그런 것 같다. 또 다른 매력이 있다.”

- 선수들 모두가 수영 종목에서 전향한 선수다. 선수 선발의 기준이 다른가.

주 감독 = “처음 시작할 때 수영 기술이 없는 선수를 가르치다가 두 번 정도 실패를 겪었다. 수영은 어릴 때 기초적인 것을 배우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사이클이나 달리기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전향을 해도,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면 어느 정도 근육을 만들 수 있다.

수영 기술이 좋으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3가지 종목 중 한가지라도 놓칠 수 없는 것이 트라이애슬론의 숙제다. 비중을 따지면 달리기가 50%, 수영과 사이클이 각각 30%, 20% 정도 된다. 마지막 승부는 달리기이기 때문에 결론은 중장거리 육상선수만큼은 성적이 거둬야 트라이애슬론 종목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국가대표 출신 이지홍 선수(왼쪽)와 이승준 선수. 트라이애슬론이란 종목이 아직까지는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과 국가대표로서 느끼는 무게감은 여느 종목 선수들 못지 않다. 사진=이상엽 기자

- 이천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국가대표를 다수 배출한 강팀이다. 그 이유가 있나.

주 감독 = “이지홍 선수를 처음 선발했을 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수영 선수 출신이라 수영에 대한 기술이 훌륭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달리는 것도 사이클을 타는 모습도 보지 않았다. 성실함을 봤다. 이승준 선수도 마찬가지다.

권순호 선수는 기존 선수들이 군문제와 이적문제로 팀에서 제외되면서 영입하게 됐다. 역시 많은 것을 보지 않고 결정했지만, 성실함과 열정이 마음에 들었다. 실제 같이 훈련을 해보니 기대처럼 아주 성실하게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 비인기종목이라는 설움을 느껴본 적이 있나.

주 감독= “지금 이 추세라면 마라톤보다도 성장세가 빠르다. 우리나라도 동호인이 많이 늘었고, 마라톤과 사이클 동호인 분들도 종착지로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하시는 분이 많다. 장래성이 커 나중에는 점점 좋아질 것 같다.”

이지홍= “사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느껴봤다.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적도 있지만, 인기종목에 밀려 크게 부각되지는 못했다. 감독님 말씀처럼 장래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이승준= “운동을 하면서 트라이애슬론 선수라고 무시하시는 분은 없다. 오히려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점점 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은 없다”

- 아쉬운 점은 있을 것 같은데.

주 감독= “이천시가 지원을 잘해줘서 너무 만족하고 있다. 시장님을 비롯해 시의원님들과 관계자분들이 잘 도와주시고 신경을 잘 써주신다. 이천시의 지원은 전국에서 최고가 아닌가 싶다. 우리도 시의 관심과 지원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을 굳이 뽑자면, 경기도 내에 여자팀이 없다는 점이다. 종목에는 릴레이도 있고 단체전도 있는데, 혼합 종목에 나가기 위해 여자 고등학생 선수와 함께 한다. 아무래도 고등학생이니까 일반 성인팀처럼 경기를 하기는 힘들 수 밖에 없다.

다른 시도에서 나서주면 좋겠지만, 선뜻 나서주는 곳이 없어서 조금 아쉽다. 경기도 남자팀은 중고등학교부터 성인팀까지 강한데, 여자 선수들은 팀이 없다 보니 경기도를 떠난다. 그런 면에서 아까운 선수들이 유출되는 것이 안타깝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이지홍=  “올해 하반기까지 국가대표였다가 이번에 아쉽게 탈락했다. 내년 상반기에 다시 태극마크를 노릴 예정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것이 내 꿈이다. 국가대표가 되고 열심히 노력해서 트라이애슬론을 국내 인기 종목으로 만들고 싶다.”

이승준=  “올시즌 부상도 많고 기복도 심했다.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다. 국가대표로 내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다. 그 꿈을 향해 앞으로도 끊임없는 노력을 할 예정이다.”

권순호= “이제 첫걸음을 뗀 만큼 목표라기보다는 대회에 나가서 시합을 뛰면서 형들이나 감독님께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주 감독= “선수들이 올해처럼 내년에도 부상 없이 착실하게 훈련에 열중해 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감독이 없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됐으면 좋겠다. 이천시에도 봉사를 하고 나라에도 봉사는 젊은이가 됐으면 좋겠다.”

이천=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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