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차기 농협은행장. 사진=농협금융지주

[한스경제 김서연]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뒤를 이을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이대훈 전 농협상호금융 대표이사가 확정됐다. 지난해 초고속 승진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 신임 행장은 성과주의에 기반한 이번 인사에서도 ‘파격 인사’로 농협금융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사령탑에 올랐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이사회, 주주총회를 열고 이 전 대표를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확정했다. 이 신임 행장의 임기는 2018년 1월 1일부터 2년이다.

이 신임 행장은 하마평에 전혀 오르지 않다가 이번달 초부터 급부상한 인물이다. 당초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 박규희 농협은행 부행장, 고태순 농협캐피탈 대표가 농협은행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3파전 양상을 보이는 듯 했으나 이 신임 행장의 등장으로 판도 변화가 일었다.

금융권에서는 이 신임 행장이 지난 4일 임기를 1년 남겨놓고 농협상호금융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부터 조심스레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점쳐왔다. 농협중앙회는 공직 유관기관이기 때문에 농협중앙회 임원이 다른 회사로 옮기려면 취업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내정자는 지난 22일 열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취업승인 및 취업제한 여부 확인 심사를 통과했다. 농협금융이 그동안 임추위 일정을 여러 번 미뤄왔던 것도 이 신임 행장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이 신임 행장의 발탁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이 또 한 번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 신임 행장은 지난해 11월 농협은행 서울영업본부장에서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대표이사로 초고속 승진한 바 있다. 이번에도 1년 만에 농협금융 최대 계열사 대표로 파격 승진했다.

이 신임 행장이 유력한 은행장 후보로 떠오른 배경으로는 그가 지역농협과 농협은행, 상호금융까지 농협 내 금융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 꼽힌다. 농협은행에서는 프로젝트금융부장과 경기영업본부장, 서울영업본부장 등 기획과 현장부서를 두루 거쳤다. 지역영업본부장을 연달아 맡으면서 늘 하위권을 맴도는 실적을 보이던 경기, 서울을 전국 최상위권에 올려뒀다. 농업·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는 농협은행의 특성상 지방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수도권에서는 기를 못 펴왔는데 영업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상호금융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끈 탁월한 경영능력도 입증받았다.

이 신임 행장이 경기도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색이 비교적 옅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동안 농협 계열사는 타 금융사보다 지역 안배와 지역색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신임도 작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인사에서 중앙회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 신임 행장이 부행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농협상호금융 대표로 승진할 수 있었던 이유도 김 회장의 지원이 한 몫 했고, 그동안 지지부진 미뤄지던 CEO 인선도 이 신임 행장을 후보군에 넣기 위함이라는 것. 당시 농협금융은 계속 지연되는 인선 작업의 이유로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NH농협캐피탈 등 4개 계열사 CEO 인선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을 제외하면 농협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던 분들이 대부분 하마평에 갑자기 올랐다”면서 “김 회장의 신임을 받아 이 신임 행장이 발탁됐다고 본다면 다른 후보들도 다 중앙회 출신이고 최고경영자(CEO)들은 모두 중앙회로 입사하신 인사"라고 부인했다.

높은 성과를 인정받아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오르자마자 이 신임 행장을 기다리는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올해 목표 순이익을 3분기 만에 넘어섰지만 타 시중은행 대비 현저히 낮은 실적도 개선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도권에서의 영업력도 키워야한다. 디지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필요하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달 27일 발표한 2018년도 경영전략에서 금융 인프라 혁신을 내세우고 은행 영업점에 디지털팀을 신설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애초 강력한 농협은행장 후보로 점쳐지던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은 이번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NH농협손해보험 사장에 추천됐다. 지주사 부사장이 농협은행장으로 가는 전례가 두 차례나 있었기 때문에 오 부사장은 일찌감치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거론됐었다. 농협금융 부사장 자리는 김주하 전 농협은행장과 이경섭 현 농협은행장이 모두 거친 요직이다. 오 부사장과 함께 농협은행장 하마평에 올랐던 고태순 NH캐피탈 사장은 연임이 추천됐다.

이 신임 행장은 1960년 경기 포천 출생으로 1985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2013년 농협은행에서 프로젝트금융부장과 경기영업본부장(부행장보), 서울영업본부장(부행장보)을 거쳤다. 2016년부터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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