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우리나라 금융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곳이 있다. 전통시대의 금융부터 해방이후의 금융사를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경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바로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한국사금융박물관이다. 우리나라 금융 발전사를 조망하고 일반 시민들과 학생들의 국내 금융 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신한은행에서 지난 1997년에 설립한 국내 최초의 금융사 전문 박물관이다. 국내 금융사와 화폐, 신한은행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보유기관’이라는 유의미한 타이틀을 달게 된 한국사금융박물관을 찾았다.

신한은행 한국사금융박물관 전경. 사진=신한은행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산하 한국사금융박물관이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보유기관으로 선정됐다. 한국금융사박물관은 국채보상운동 취지서 등 8종을 소장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2월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1,300여만원의 외채를 국민 모금으로 갚고 경제 독립을 이룩하자는 취지에서 전개된 국권회복운동이다. 이 운동의 본격적인 전개를 위해 발표된 취지문인 국채보상운동 취지서 등 8종은 제13차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 최종심사를 통과해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국채보상운동 취지서 등 8종이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박물관에서 만난 박경태 학예연구사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국채보상운동 기념사업회와 함께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준비했다”며 “국채보상운동의 배경과 역사적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일본의 견제와 방해로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무산됐지만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3개의 층으로 구성돼있다. ▲전통시대 ▲근대기 ▲일제강점기 ▲해방이후의 금융을 볼 수 있는 3층, 우리나라에서 사용됐던 화폐의 역사를 훑을 수 있는 4층, 매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5층이다. 4층에는 은행원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코너,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얻은 지식으로 퀴즈를 맞추는 게임, 화폐 문양을 직접 찍어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세계의 화폐가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신한은행이 지난 1997년 ‘국내 최초’의 금융사 전문 박물관 타이틀을 단 뒤 한국은행(2001년)과 우리은행(2004년), 부산은행과 광주은행 등이 박물관을 개관했다. 학예사에게 박물관 설립 당시 어렵고 딱딱한 금융사에 집중한 이유를 물었더니 “신한은행의 역사가 곧 한국 금융의 역사”라는 자부심 가득한 답변이 돌아왔다. 1897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은행인 한성은행의 역사적 명맥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박물관 명칭도 ‘신한은행 박물관’이 아니라 ‘한국금융사박물관’이라는 설명이다.

국채보상운동 취지서 등 8종을 비롯해 한국금융사박물관에서 가장 유의미하게 여기는 유물도 궁금해졌다. 국내 금융 역사를 아우르는 까닭이다.

박경태 학예사는 “한국금융사박물관 내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한 유물인 ‘한성은행 규칙’”이라며 “1897년 최초의 은행인 한성은행이 출범하면서 제정한 규칙이자 우리나라 기업 최초의 정관으로 1920년 규정 수정 전까지 주주의 자격을 한국인에 한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어 민족은행의 선구적인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한국금융사박물관 내부.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한국금융사박물관은 겨울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도슨트 및 특별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예연구사들이 직접 전시를 설명하는 ‘한 눈에 살펴보는 박물관 이야기’,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이다. 한국금융사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살피고 미션 수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금융사를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세계기록유산 보유기관 선정을 계기로 학계 전문가 및 다른 소장기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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