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다가오는 무술년은 은행 영업점 안팎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면 거래와 모바일·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거래 이 둘을 모두 가져가야 하는 은행들이 전국 영업점 지도 ‘새판’ 짜기에 분주하다. 내년부터 사실상 거의 모든 은행에서 종이신청서 대신 태블릿PC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새롭게 재편된 영업점 내부에서는 디지털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면 거래 비중은 10%선 붕괴 직전까지 감소했지만 대출 거래 등이 집중된 거래금액은 전체 금융거래액의 6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크기 때문에 영업점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 2분기 말 현재 전체 입출금 거래 중 대면 거래의 비중을 10.6%로 집계했다. 반면 인터넷뱅킹의 비중은 지난 2분기 말 현재 41.1%까지 높아졌다. 입출금 거래가 아닌 단순 조회만을 보면 인터넷뱅킹의 비중은 2012년 말 71.8%에서 지난 2분기 말 82.0%까지 상승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최근 마친 조직개편과 함께 내년 영업점 운영 계획을 세웠다. 국내 주요 은행의 행장들은 그동안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영업점의 효율적인 운영 계획을 밝힌 상태다. 몇몇 영업점들을 묶어 소그룹으로 재편한 것이 주가 됐다.

농협은행 직원이 고객에게 전자창구를 이용한 전자서식 작성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농협은행

'한지붕 두가족' 영업점 소그룹으로 묶는 은행들

국민은행은 허인 행장의 ‘고객 중심 경영’을 내년 영업점 운영 계획에 그대로 녹였다. 공동영업권(PG·Partnership Group·파트너십 그룹) 제도를 더욱 세밀화 해서 고객 친화적 영업인프라 구축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허 행장은 전략 담당 대표로 있을 때 전국 1,000여개가 넘는 영업점을 148개 PG로 묶어 조직 형태를 유연하게 바꾼 바 있다.

허 행장은 지난 달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도 영업점 운용 방향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영업점으로 대표되는 대면 채널이 평면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PG를 중심으로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양하게 고객과의 접점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행원 각자가 속한 지역 안에 어떤 형태의 고객이 있고 어떤 수요가 많은지에 따라서 그 지점들이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PG 제도 외에도 국민은행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KB-Wise(와이즈)근무제’, 국민은행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방문할 지점과 시각을 설정하면 기다리는 시간 없이 곧바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영업점 방문 예약서비스’, ‘디지털창구 운영’ 등 영업점 운영모델도 고객중심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중심점포 위주로 영업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이번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영업본부장으로 근무할 때 지점을 돌면 하루에 번호표가 600개 뽑히는 곳이 있는가하면 강남 같은 곳은 50개가 뽑혔다”면서 “바쁜 점포는 유지하되 고객이 적은 점포는 규모를 줄여 고객들이 중심점포를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허브 앤 스포크(Hub&Spoke)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바람…‘종이없는 은행’ 확산

영업점 밖에서는 재편 바람이 불고, 영업점 안에서는 디지털 바람이 내년에도 분다. 디지털 창구로 대표되는 ‘종이없는 은행’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통장이나 카드 개설 등 은행창구에서 업무를 볼 때 종이신청서 대신 태블릿모니터와 전자펜을 이용해 전자서식을 작성하게 된다. 사실상 1금융권 거의 모든 은행에서 태블릿PC로 은행 업무를 보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전국 6,500여개 지점에서 종이 신청서를 없앤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까지 확대됐다. 농협은행은 지난 10월 수도권 영업점 185곳에 디지털 창구를 시범 도입했고 2018년까지 전 영업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말까지 개인고객에 이어 기업고객까지 영업점 모든 창구에 전자문서를 도입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여신·외환거래를 포함한 기업금융 전 영역에 걸친 디지털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종이를 쓰지 않음에 따른 비용절감은 둘째치고 오후 4시 은행 영업이 끝나면 그 때부터 시작되는 백 오피스(Back-office) 업무가 줄었다”며 “대면 채널에서 영업환경이 한결 수월해진 것도 맞지만 장기적으로는 비대면 채널에서의 마케팅을 강화하는데도 디지털 창구가 효율적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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