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새해벽두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로 한층 강력해지면서 신규 실명계좌 개설이 열리는 이달 20일 가상화폐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초반 가상화폐 거래가 다소 꺾일 수 있지만, 실명계좌 연동 신규거래가 시작되면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시장활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기존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동향을 숨죽이고 지켜봐야 한다. 

지난달 28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가상통화 관련 금융권 점검회의'에 참석해 은행권에게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당부했다./사진=허인혜 기자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해 들어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공식적으로 시행됐다. 가상화폐 거래 가상계좌 신규발급이 전면 중단됐고, 타행 입금은 즉시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해 첫날 가상계좌는 가상화폐와 연관될 경우 신규발급이 중단됐다.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규회원에 대한 가상계좌 제공도 불허한다. 신규 회원가입은 가능하지만 거래는 불가능하다. 기존 가상계좌 이용자의 경우 이달 20일 전후로 가상계좌를 은행계좌로 옮기게 된다.

타행 출금은 허용되지만 입금 통로는 막힌다. 입출금 모두에 동일은행 계좌간 거래만 허용하기로 하다 기존 가상화폐 거래자의 재산권을 과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타행계좌를 통한 출금은 허용하기로 했다.

실명거래로 청소년과 외국인, 부당 투자를 밀어내고 자본규모를 낮춰 시장 얼리기 효과를 노린다는 수다. 자본 유입은 어렵고 유출은 쉬워지면서 시장 활력도 떨어질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신규거래는 오는 20일 전후로 재개될 예정이다. 정부의 예상과 달리 이후에는 가상화폐가 종전의 시장성을 회복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우선 세금이나 거래 페널티가 없는 실명 규제는 별다른 효과를 주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이미 실명거래가 가능한 사람들은 실명으로 거래하고 있었다”며 “가상계좌라고 차명을 쓴 사람들은 실명계좌를 써도 차명 불법거래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는 “벌써 많은 거래소에서 실명확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의 입장과 정부당국의 의견이 큰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 실명거래 규제를 한다고 해도 세계적인 거래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가상화폐 거래 활력은 한국에만 달린 게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으로, 신규거래가 가능해지면 종전 수준으로 활발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거래가 풀리면 일종의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 교수는 “투자자들의 투기 성향이 꺾이지 않는 이상 잡히기는 어렵다”며 “투기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투자금액 자체를 올리는 풍선효과도 존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에 일관된 태도를 보인 만큼 압박을 느낀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시사했다. 홍 교수는 “만약 정부의 신호가 시장에 반영된다면 실명제 탓이 아니라 분위기 때문에 거래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지난 28일 ‘암호화폐&블록체인 규제반대 범국민행동본부’라는 명칭의 글쓴이가 가상화폐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서 집회 개최를 알리기도 했다. 실제 집회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반발 시그널에 동조하는 목소리는 높았다.

정희찬 안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지난 30일 가상화폐 거래 가상계좌 신설이 막히며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냈다.

정 변호사는 “기업이 고객들에게 개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은행계좌인 ‘가상계좌’는 사실 평범한 입출금 계좌에 불과”하다며 “은행거레에 있어 계좌개설은 기본이며 금융실명제를 위반하지 않는다면 제약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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