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올해로 예정됐던 교육비와 보험료 카드납부가 줄줄이 수수료 암초에 걸리면서 소비자 편의성은 제자리 걸음이다. 교육비 카드납부는 특수가맹점 명분으로 수수료가 없어서, 보험료 카드납부는 형평성 탓에 수수료를 낮추기 어려워서 문제다. 팽팽한 줄다리기 아래 관련 서비스는 시작도 하지 못하거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9월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교육비 카드납부 수수료율 0%는 합당하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교육부는 지난해 교육비(수업료, 급식비, 방과후활동비, 현장체험학습비 등)를 카드납부로 받기로 하면서 교육기관이 특수가맹점에 해당한다는 주장과 함께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특수가맹점으로 분류되면 적격비용 이하의 수수료를 매겨도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숙고 끝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이는 어떤 업권이라도 수수료 0%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당국이 0% 수수료를 반대하는 이유는 카드사가 고객 확보를 위해 교육부와 결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카드사가 전국 교육비 네트워크를 따내면 점유율이 오른다. 점유율 쟁탈전에 불이 붙은 카드업계가 놓치기 아까운 분야다. 충성고객 확보 효과도 분명하다.

잠재고객 확보와 빅데이터 구축에도 유리하다. 카드업계의 올해 신년사를 살펴보면 디지털과 빅데이터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전국 단위의 학부모와 학생의 데이터베이스를 무료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남는 장사인 셈이다.

교육비 카드납부는 올해 3월 전면 시행이 예고됐지만 결국 불발될 위기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교육부와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카드사들도 앞다퉈 교육비 카드납부에 뛰어들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시범 서비스가 열린 뒤 타사도 가만히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으니 교육부 제휴가 확대됐다”며 “첫 번째 유권해석을 요구했을 때는 금융당국의 답변이 다소 애매해 사업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는 0%도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에 뛰어들었지만 금융당국이 단호하게 안 된다는 사인을 보냈으니 발을 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야심작이었던 보험료 카드납부도 발목이 잡혔다. 역시 수수료가 문제인데, 이번에는 수수료를 깎을 수 없다는 이유로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보험업계는 일반 가맹점 수준의 2.2%~2.3% 수수료가 과하다며 조정 없이는 카드납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방패막이를 쳤다. 카드결제를 허용하는 보험사들도 초회 보험료 납부에 그치거나 설계사 채널 등 일부 창구에서만 가능하도록 설정했다. 이들은 보험료 카드결제의 경우 1%대의 수수료로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카드업계는 보험사를 특수가맹점으로 묶을 명분이 희박해 적격비용 이하로 수수료를 깎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고 끝에 0.3%p 이하의 조정방안을 내놨지만 보험사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혜자 원칙을 따져보면 교육비 카드납부의 수수료 면제수익은 공교육으로 돌아가지만 보험료는 보험사가 가져간다”며 “보험가입자나 보험사만 혜택을 보는 데 특수가맹점으로 본다면 형평성 문제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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