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홍성익] 출산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 달간 태어난 아이가 2만7900명으로 2017년 기록 중 가장 낮았다. 3만명을 유지하던 출생아 수는 두 달 만에 다시 2만명대로 떨어졌다. 11월과 12월 출생아 통계가 아직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작년 연간 출생아는 36만명대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출생아 수에 미치는 결혼도 줄고,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8년 신년을 ‘저출산·고령화’가 가져올 충격적 미래 예상으로 시작하기는 부담스럽다. 하지만 인구문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에서 지난해 1.17명으로 1.1명대로 추락했다. ‘초저출산’(1.3명 미만)은 우리 사회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든 환경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 삶이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출산 기피는 ‘인구 절벽’으로 이어지고 고령화와 맞물려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재앙으로 작용한다. 저출산 문제는 결혼하는 사람 감소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10월 전국 혼인 건수는 1만7400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2000건)과 비교하면 20.9% 감소했다. 저출산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한국경제 구조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 탈출을 4대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정부는 저출산 대응 방향을 일과 생활 균형, 주거 등 생활비 부담 경감 등으로 잡았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응 과제를 발굴해 2018년 1분기 안에 저출산 로드맵을 발표한다.

홍성익 국장대우

정부가 지난 2005년 ‘1.08쇼크’를 계기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해 지난 11년간 3차에 걸쳐 150조원을 투입해 대책을 쏟아냈지만 다 헛수고였던 셈이다. 혼인과 출생이 동반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러운 지경이다. 청년 실업 해소, 주거비 안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과 가정 양립 환경 마련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저출산’ 현상은 보건복지부(옛 보건사회부)가 셋째 아이에 대해서 의료보험(현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못하게 했던 정책도 일조했다. 1983년생~1990년생의 여성인구가 급감한 것이 지난해 합계출산율 1.17명, 출생아수 ‘역대 최저’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1990년대 초까지 ‘가족계획’(둘만 낳아 잘 기르자)을 반영해 의료보장 및 가족정책을 강행했다. 2016년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나타나면서 인구정책에 빨간 불이 켜졌을 뿐만 아니라 ‘탁상행정(卓上行政)’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금부터 향후 5년이 인구문제 골든타임이라는 인식과 저출산 시대에 알맞은 인구정책이 단순히 보육정책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정치인들이 자각해야하며 정책방향의 대수술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저출산 현상의 문제점을 간파하고 인구정책을 아젠다(주제)로 설정, 산파역(産婆役)을 자임한 이는 참여정부 초대 장관을 역임한 김화중 복지부장관(제42대, 이하 K장관)이다. K장관은 2003년 2월 27일 취임사에서 “노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아동의 건전 육성, 저출산 시대에 알맞은 새로운 인구정책을 수립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혀 전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이 같은 K장관의 정책 방향에 힘입어 정부는 2005년 저출산 대책을 국가정책으로 채택했으며,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해 보육중심의 정책을 전개했다. 이후 2011년부터는 보육 확대 및 일·가정 양립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시행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해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설됐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1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복지부장관 소속으로 격하시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두 번 주재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만으로 불가능하다. 3차 저출산고령사회대책(2016~2020년)에 따라 저출산에 79개, 고령화에 98개 과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방대한 업무과제를 복지부의 2개 과에만 맡겨 두는 건 어불성설이다. 저출산대책에는 거의 모든 정부부처가 관련돼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는 14개 부처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한다. 대통령이 6개월마다 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추진실적을 점검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우에 따라선 실적이 좋지 않은 부처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고강도 처방을 쓰는 것도 필요하다.

인구정책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다. 그런데도 과거 정부에선 구호만 요란했지 오히려 150조원의 돈을 쓰고도 출산율과 신생아 출생 수가 뒷걸음치는 결과를 낳았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직장 환경 조성, 부모의 육아 비용 부담 경감,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는 시대 등의 목표를 제시하면서 전담기구 설치, 아동수당 신설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상황이 매우 심각한 만큼 수당 등 재정투입을 통한 해법 마련도 필요하지만 저출산은 궁극적으로는 사회 문화와 구조에 원인인 만큼 그에 걸맞은 해법에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출산이 불안정안 미래가 아닌 든든한 미래라는 인식을 심어줄 정책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운영 중인 ‘출산 크레딧’ 에 대해 세 자녀 이상 가정에 2배의 연금수령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현행 ‘출산 크레딧’은 2008년 이후 자녀를 두 명 이상 낳거나 입양한 가정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하고 있다. 세 자녀 이상 가정에 연금수령액을 2배로 준다면, 국민연금은 미래의 가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에 기여한 가정은 든든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국가와 개인 모두 아이의 미래가 곧 모두의 미래라는 인식을 갖고 돈이 투입되는 단기적 처방과 함께 사회적 구조와 문화를 바꾸는 장기적 처방을 추진하는 틀을 만들고 장기 실천전략을 제대로 수립했으면 한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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