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신임 주택금융공사 사장

[한스경제 김지호]노무현 정부 시절 말기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사실상 퇴출된 이정환 전 이사장이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3일 이 전 이사장은 부산 주택금융공사 본사에서 신임 사장 취임식을 가졌다. 그는 행정고시 제 17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참사관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조정실 정책상황실장을 역임했다.

2008년 3월 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지만 갓 출범한 이명박(MB) 정부와 코드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온갖 사퇴 압력을 받다가 결국, 2009년 10월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이사장이 사퇴를 거부하자 MB 정부는 방만경영을 이유로 검찰 수사를 하는가하면 거래소를 아예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버렸다. 거래소는 증권사 등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민간회사라고 이 전 이사장이 항변했지만 먹힐 리가 없었다.

이 전 이사장은 사퇴 후 무직자로 전락한 뒤 중국어 공부만 하다가 사실상 ‘명함용’인 세계미래포럼 대표로 있으면서 복귀할 날만 기다렸다. MB정권과 함께 보수세력인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언론을 통해 자신이 당했던 사퇴 압력을 지속적으로 폭로했다.

당시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린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거래소 이사장으로 내려 보내려는 MB정권의 각종 협박과 회유를 견뎌야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받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두 번이나 부산 남구갑지역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와 이 전 이사장은 막역한 사이로 이번 정부 출범이후 금융계 요직 후보로 자주 거론돼 왔다.

이 전 이사장을 보는 거래소 시각은 엇갈린다. 전형적인 관치금융의 피해자라는 점과 정부와 맞싸워 버틴 시기만큼 거래소도 힘들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거래소 간부는 “MB정부 압력으로 직장을 잃고 검찰수사를 받고 총선에서 두 번이나 낙선하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도 “정부의 요구대로 제 때 물러나지 않아 공공기관 지정 등 거래소가 힘든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고의 세월을 참으며 멀리 돌아온 그가 새 보금자리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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